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위치한 배재고 야구장.

언뜻보면 프로야구 LG트윈스로 착각하게 하는 유니폼의 주인공들은 배가
약간씩 나온 LG유통 인포멀야구회 회원이다.

모두 (주)LG유통직원이지만 소속부서는 각기 다르다.

본사 기획.마케팅 담당사원에서부터 LG25 또는 LG수퍼마켓 현장을 뛰는
사원까지.

또 부장에서 신입사원까지 직급도 다양하다.

야구장에서는 잘 던지고 잘 치는게 으뜸.

거듭된 삼진에 부장이라도 부하 직원에게 훈수 받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조중철 과장은 야구회의 "회장님".

하지만 주전으로 출전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대부분 벤치를 지킨다.

그의 포지션인 3루수 자리를 송구능력이 좋은 신입사원에게 빼앗겼기
때문이다.

휴일에 데이트약속도 없느냐며 신입사원에게 은근히 으름장도 놓아 보지만
주전으로 뛰려면 열심히 연습해 그 자리를 되찾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모두 36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LG유통야구회는 요즘 올해 "LG리그"우승을
목표로 연습에 한창이다.

LG리그는 LG자매사 야구팀들이 해마다 리그방식으로 벌이는 경기다.

만약 올해 리그에서 우리팀이 우승한다면 내년엔 전국직장인야구리그인
"자이언츠리그"에 도전해볼 계획이다.

LG유통은 그간 직원들의 인포멀 활동을 적극 지원해 왔다.

산악회 축구회 사진회 등 직원들끼리 함께 하는 취미활동이 사원들의
일체감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한다는 평가 때문이다.

특히 야구회의 경우 유니폼과 각종 장비, 경기장 사용 등 대부분의 경비를
회사에서 지원해 왔다.

그러나 IMF한파이후 인포멀 지원금이 줄었다.

그래서 회원들은 최근 회비를 걷어 야구회 운영을 위한 공동기금까지
만들었다.

이만하면 회원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LG유통 인포멀 야구회원들은 IMF상황에서도 결코 웃음을 잃지 않는다.

9회말 투아웃 상황에서도 팀워크만 잘 이루면 승리를 따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야구를 통해 배우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