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경제위기는 각국의 경제적 여건이 취약한 때문인가.

아니면 세계경제 혹은 아시아 지역경제가 갖고 있는 문제점이 일부
국가에서 촉발돼 연쇄반응을 몰고 온 것인가.

이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은 단순히 위기의 원인을 캐내는데 국한되지 않고
태국 인도네시아 한국 등 동아시아 각국의 구조조정을 위한 해법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한국경제신문은 해답의 단초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15일 경북대및 일본
교토대와 공동으로 "세계 자본주의의 변동과 동아시아의 경제위기"를 주제로
국제 학술심포지엄을 가졌다.

한국과 일본 양쪽의 대표적인 발표논문을 요약한다.

< 정리=정태웅 기자 reda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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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시아 경제위기 구조 ]]

김영호 < 경북대 교수.경제학 >

최근 동아시아 경제위기는 현대자본주의의 변화과정에서 일어났다는데
대부분 학자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무역거래와 금융거래가 늘어나면서 현대자본주의는 국경을 넘어서
세계화(globalization)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동남아 경제위기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문제는 동남아시아 위기가 현대자본주의의 세계화 그 자체가 갖고 있는
심각한 결함의 산물인가 혹은 현대자본주의의 세계화에 대한 동아시아국가의
대응태세속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수상은 세계자본주의 그 자체에 결함이 있다고
지적한다.

국제 핫머니의 규제론이나 G7책임론은 그러한 시각을 대표한다.

반면 김대중대통령은 세계자본주의 자체의 결함보다 한국 자본주의의
대응능력 결함에 촛점을 맞추는 것 같다.

결론을 미리 말한다면 자본주의의 세계화 자체가 갖고 있는 결함이
동아시아 경제가 갖고 있는 대응능력의 결함과 결합해 동아시아 경제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동아시아 경제의 내적결함은 동아시아 각국이 일본경제와의 깊은 관계라는
공통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동아시아 경제위기가 단순히 세계자본주의와 동아시아의 "중층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의 개입에 의한 "3중층구조"의 문제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같은 이유로 동아시아의 경제위기에 대한 일본책임론이 최근들어
세계적으로 널리 제기되고 있다.

필자도 동아시아의 경제위기를 지진이라고 말한다면 지진은 지표가 약한
타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한국 등에서 터졌지만 진원지는 일본이 아닐까
하고 지적한 적이 있다.

일본진원지론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일본인이 꿀벌과 같이 부지런히 일하고 꿀벌처럼 검소한 것은
마이크로레벨(미시적 차원)에서는 미덕이지만 메크로레벨(거시적 차원)에서는
대량생산.비대량소비구조를 낳는다.

그 갭은 결국 일본의 대규모 무역흑자로 귀결된다.

꿀벌처럼 열심히 일해 수출을 증가시키지만 꿀벌처럼 검소한 바로 그
이유로 GDP의 4%전후로 "항구적인 내수부족-항구적인 수입요건부족"을 갖고
온다.

이는 항구적인 무역흑자를 재생산하게된 것이다.

동아시아 경제위기는 각국이 항상적인 무역적자를 외채로 메꿔온 결과이고
그 배후에는 바로 "꿀벌"이 존재하는 것이다.

둘째로 일본의 "꿀벌사회"는 항상적인 무역흑자를 갖고 왔고 항상적인
무역흑자는 항상적인 엔고를 지속시켰다.

그렇지만 무역흑자구조의 지속에도 불구하고 95년이후 엔저현상이
나타났다.

엔저는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타이 바트화의 평가절하, 한국 원화의
평가절하를 연쇄적으로 가져왔다.

세째로 무역흑자의 누적으로 인한 풍부한 엔화가 단기자금 형태로
경쟁적으로 동아시아 각국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는 풍부한 유동성을 동남아 각국에 지원하면서 거품을 조장했다.

넷째 동아시아 경제위기의 조짐이 나타나자 일본은 단기자금을 재빨리
동아시아 각국으로부터 퇴출시키는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한국의 경우 작년 10월부터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들어가기까지
90억달러의 일본 단기자금이 퇴출했다.

일본의 행태는 다른 나라 단기자금 퇴출의 신호탄이 됐던 것이다.

다섯째 일본의 내수부족으로 인한 불황의 지속은 멕시코 경제위기를 미국의
호황이 구제해줬던 것과 같은 효과를 동아시아에 주지 못했다.

결국 이러한 동아시아의 취약한 경제구조가 세계경제의 글로벌화 물결에
잘 대응하지 못하게 했다.

우리는 여기서 세계자본주의-일본-동아시아 각국이라는 3중층구조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좀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