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세대공업론"의 주창자인 경북대 김영호(경상대학장)교수.

최근 일본의 내노라하는 경제학자 두명이 김교수의 이론을 인용,
"제4세대공업화의 정치경제학"이란 책을 펴내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 경제학계 중진인 사토 모도히코, 히라카와 히토시 교수는 이 책에서
동아시아의 경제상황을 낱낱이 해부했다.

"수입경제학"이 판치는 상황에서 "수출경제학"이 등장한 셈이다.

제4세대공업론은 식민지배에서 독립, 20세기 후반에 공업화를 이룩한 한국
등 동아시아국가를 "제4세대"로 보고 이들의 공업화 과정을 분석한 것.

김교수는 "세대론"을 통해 19세기초 공업화를 이룬 영국을 1세대공업국가로
분류했다.

영국의 영향을 받아 공업국가로 성장한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이 2세대,
제국주의의 길을 걸으면서 산업화에 성공한 일본 이탈리아 러시아 등이
3세대다.

김교수는 새로운 세대의 공업국가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외적요인과 내적
요인이 잘 맞아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아시아 경제위기도 이같은 이론에 근거해 분석하고 있다.

세계자본주의라는 외적요인과 동아시아 각국의 내적요인이 맞아 떨어지지
않아 위기가 발생했다는 것.

그는 "한국이 제4세대공업국가의 딱지를 떼고 새로운 세대의 공업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국내 문제를 극복하는 것 외에 일본과 미국이라는
외적요인도 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 중산층이 시민사회를 성숙시키지 못한게 아시아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꿀벌처럼 열심히 일하고 절약하는 개인적(미시적)미덕이
국가적(거시적)으로는 상대국에 무역적자를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총생산을 총소비가 흡수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국가와 무역불균형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이다.

꿀벌같은 개인(일본)과 생산은 모르고 소비만 아는 "바보"같은 소비자
(한국)의 관계가 한국 경제난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아시아와 세계의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꿀벌"들이
시민사회를 성숙시켜 내수 주도형으로 성장하는 한편 핫머니(hot money) 등
미국 중심의 국제금융자본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교수는 이같은 외적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대구라운드"를 추진하고
있다.

핫머니에 대한 규제와 달러화가 아닌 자국통화 결제 시스템 구축 등을
핵심으로 한 새로운 국제 금융라운드를 출범시키자는 구상이다.

"일방통행"식으로 채권국 이익만 대변해온 세계금융질서를 채무국도
보호하는 "쌍방통행형"으로 바꾸자는 것이 핵심.

구한말 국채보상운동이 대구에서 시작됐다는 점에 착안, "신국채보상운동"
을 벌인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붙였다.

오는 11월 5,6일 이틀간 대구에서 하버드대학의 삭스교수와 팰더슈타인교수
일본국제경제학회장 모도야먀씨 등 각국 유명인사, 사회단체 등이 모여
구체적 추진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교수는 한국경제를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동집약적 저임금산업은 중국의 벽앞에, 기능집약적 첨단산업은 일본의
벽앞에 부딪쳐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자본에 목덜미가 잡혀있다고 분석했다.

김교수는 "남미 시인 네루다가 "날지 않으면 길을 잃는다"고 했듯이 한국
경제도 날지 않으면 출구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교수는 "정부가 실업대책으로 내세우는 벤처기업육성방안이 오히려
실업자를 양산할 수 있다"면서 "한국경제의 출구는 수입대체산업 육성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계 부품 소재 등 수입제품 가격이 두배로 뛰었기 때문에 수입
대체기업을 일으킬 여건이 충분하다"면서 "실업대책에 몇조원씩 쏟아부을
것이 아니라 수출대체기업에 투자, 실업자를 흡수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건호 기자 lee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7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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