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올해안에 자회사인 산업증권과 산업선물을 폐쇄하고 산업리스
및 한국기술금융을 합병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우선 산은의 이같은 구조조정결정에 점수를 주고 싶다.

은행이 스스로 자회사를 이렇게 대폭 정리한 적이 없다는 단하나의
이유로도 평가받을 만 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같은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선 엄청난 부실을 안고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여건이
산은과 같은 개발금융기관을 계속 필요로하는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산은의 부실대출규모는 6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영업정지상태인 새한종금이 폐쇄될 경우 산은부실은 훨씬 더 늘어나게
된다.

새한종금에 대한 외화대출만도 4억달러를 웃돌기 때문이다.

산은의 외채규모는 정부에서 도입해 산은에 운용을 맡긴 75억달러의
전대차관을 포함해 모두 2백50억달러에 가깝다.

원리금상환부담이 엄청나다.

IMF사태이전에는 좋은 조건으로 차환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그마저 어려운
상태다.

앞으로 가까운 시일안에 개선될 전망도 불투명하다고 보면 실로 심각한
문제다.

해외금융시장에서 정부를 대신하는 외자차입창구로 통하던 산은의 "위상"은
이제 옛날 얘기가 됐다.

현재 산은의 차입금리는 LIBO(런던은행간 금리)에 4%포인트를 얹어주는
선으로 정부의 외평채에 비해 0.2~0.3%포인트 높다.

산은은 대내적으로는 장기시설자금을 공급하는 개발금융기관이라는 점,
대외적으로는 정부 직접기채와 똑같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유용한 외자도입창구였다는데서 그 존재 의의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산은의 역할과 기능은 대내외적인 측면에서 모두 전같지
않게됐다고 볼 수 있다.

엄청난 규모의 부실대출은 차치하더라도 과연 산은을 이대로 두는 것이
옳으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산은의 선택은 상업금융기관으로 탈바꿈하느냐, 아니면 이번 구조조정
계획을 통해 밝힌 것처럼 "국제투자은행"으로 나아가느냐다.

그동안 산은이 산업증권 새한종금 등 자회사를 설립, 그 분야에서 다른
금융기관과 경쟁을 해온 것은 상업금융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우리는 그 책임이 결코 산은 사람들에게만 있다고는 보지않는다.

관치금융, 특히 직할영토로 통해온 산은의 실패는 필연적인 것이었다고
본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는 산은의 구조조정노력 자체는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산은이 제대로 되려면 정책적 산물인 기존 부실을 정부에서
해결해주고 관치의 멍에도 벗겨줘야한다.

진정한 의미에서 그것이 산은 구조조정이고 또 금융구조조정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6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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