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현장의 상황이 이른바 "5~6월 투쟁"의 큰 고비가 될 5월의 마지막주를
맞으면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민주노총이 제2기 노사정위원회 불참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내일 1차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함으로써 기업과
정부는 물론 국민 모두를 불안케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1차 총파업에 금속산업연맹과 공익노련 등 주력 사업장을
참여시켜 투쟁력을 점검하는 한편 28일부터 전국에 걸쳐 동시다발적인
집회를 통해 분위기를 고조시킨뒤 6월10일에는 전면적인 제2차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투쟁계획을 내놓고 있다.

긴장한 정부는 연일 대책회의다, 물밑접촉이다 하여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신통한 대책이 있을리 없다.

어제도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불법파업에는 단호히 대처한다는
방침만을 되풀이했을 뿐이다.

6.4지자체선거후 본격화될 금융기관과 대기업의 구조조정은 필연적으로
대규모 정리해고를 수반하게 돼있어 정부와 기업은 진퇴양난의 위기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이같은 "총력투쟁"을 통해 민주노총 지도부가
얻고자 하는게 무엇인지를 다시한번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제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총파업을 강행할 경우 여론의 악화는 물론
경제파탄의 책임을 면치 못하게 돼 민주노총 지도부의 입지마저 약화될지도
모른다.

내일의 1차 총파업만 하더라도 임금및 단체협약 교섭진행 상황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불법파업으로, 노동관계법상 정당한 쟁의행위로 보호될 수
없는데도 산하 단위사업장을 파업으로 밀어넣는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회사가 망하느냐 살아남느냐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파업은 결의조차 힘든
현실이라는 대다수 사업장의 목소리를 파업주도세력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또 노사정위 참여의 전제조건으로 정리해고제 재협상 등 원천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4가지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최근 조직 내부에서까지
무리한 전제조건의 완화와 함께 협상 참여론이 세를 얻어가고 있음을 가볍게
보아선 안된다.

대량실업의 공포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의 고통스런 처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파업을 한다고 고통이 풀리고 일자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계는 근로자만 고통을 전담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구조조정과
"살생부"의 공포에 쫓기는 기업의 고통을 짐작이라도 해보았는지 묻고 싶다.

지금의 위기는 모든 경제주체들이 참고 견디면서 힘을 합쳐도 풀릴까
말까할 정도로 심각하다.

불법 파업은 오히려 근로자의 고통을 배가시키고 일자리를 더 많이 빼앗는
원인을 만들 뿐이다.

이제부터라도 민주노총은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인 의사표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노사정위에 참여해 자신들의 주장을 떳떳한 방법으로 표시하고
모든 현안을 민주적 대화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6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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