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파는 한국경제만이 아니라 국민개개인의 구체적 삶 자체를 통째로
뒤바꾸어 놓았다.

직장 가족 의식주 교육문화 국민의식 모두가 IMF 지배아래 이미 들어가
있는 상태다.

IMF체제 6개월을 맞아 이런 라이프스타일 변화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근본의미와 IMF시대를 살아가는 지혜가 무엇인가를 장기시리즈를 통해
집중 조명해 본다.

이번 시리즈는 삼성경제연구소 등 국내 주요연구기관에서 내놓은 자료를
참고로 했다.

시리즈의 주요 골격을 미리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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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 점술 복권의 유행 =생활고에 지치고 내일이 불안한 사람들이
마음의 위안을 찾기 위해선 절대자를 찾을수 밖에.

90년대 들어서 감소추세에 있던 교인숫자는 최근들어 다시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 한 교회의 경우 IMF이전엔 신자가 1천2백명이었다.

IMF이후 두달 사이에 60명이 늘었다.

신자 1만2천명이던 서초동의 한 성당도 1백20명이 증가했다.

새 신자들의 연령대도 주로 40~50대 남성.

"저높은 곳을 향하여" 종교로 귀의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요일의 생활패턴도 바뀌고 있다.

교회 성당 절의 집회시간이 일요일 오전에 집중되다보니 이 시간대의 이동
인구가 증가추세다.

점술에 빠져드는 사람도 늘고 있다.

점집은 기성세대만이 아니라 젊은 세대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성인 72%가 한번이상 점을 본 적이 있고 69%가 부적을 가져본 경험이
있다는 통계조사도 있다.

지금 다시 조사하면 1백%에 육박할지도 모른다.

심리적 안정희구만이 아니라 한탕주의도 유행하고 있다.

하룻밤 돼지꿈에 인생대역전드라마의 기대를 걸고 복권판매대 앞으로
사람들이 몰린다.

96년 4천3백20억원이던 국내 복권판매량이 올해는 8천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 개인파산과 "장발장형" 범죄의 증가 =기업의 연쇄도산 대량실업 금리
폭등 주가폭락 등으로 신용불량거래자가 늘면서 소비자파산도 늘고 있다.

올들어 지난 4월7일까지 소비자파산신청건수는 33건.

지난해의 9건에 비하면 4배가량 급증했다.

소득이 없어 빚잔치를 하고도 모자라 스스로 파산자가 되기를 자원하는
형국이다.

파산자로 인정돼 면책결정이 내려지면 채무로부터 해방되지만 요건은
까다롭다.

그래도 많은 사람이 파산신청을 한다.

잠재적 개인파산자가 수도 없이 늘고 실업자수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여 80년대초 미국처럼 개인파산이 "사회적 유행"이 될수도 있다.

개인파산만이 아니다.

빵을 얻기위해 도둑질을 하는 "장발장형" 범죄도 늘어나고 있다.

아이의 우유값을 마련하려고 고물상을 터는가 하면 다리난간을 뜯어 고철로
팔아먹는 사람도 있다.

유니세프모금함이 털리고 공공건물의 휴지 메모지 볼펜까지 없어진다.

보릿고개시절에나 있음직한 "치사한 범죄"들이 기승을 부린다.

가정집 슈퍼마켓 주유소 다방 택시 등 현금이 있는 곳은 범죄의 표적이다.

일반적으로 한 사회에서 실업률이 1% 증가하면 범죄율은 5%이상 늘어난다.

실업자가 2백만명이 되면 국민의 20%이상이 실업자 집안의 식구가 된다.

이들의 미래가 장발장이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 홈리스(homeless)시대, 신 귀거래사 =외국잡지에서나 보던 홈리스들이
우리 삶의 한 풍경화가 됐다.

실직자 부도기업주 등 넥타이부대들이 대거 "거지족속"에 편입되고
있어서다.

홈리스는 원래 집없이 떠도는 거지나 부랑자를 일컫는 말이다.

IMF이후의 우리사회에선 노숙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50명에 불과하던 서울역 주변의 노숙자는 이제 2백명을 넘어섰다.

용산 청량리 을지로역등을 포함하면 1천명이 넘는다.

이들은 무료급식으로 끼니를 때운다.

홈리스만 있는게 아니다.

이 참에 아예 귀향이나 귀농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농림수산부는 올해 귀농가구가 약 4천가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농사가 싫어서 고향을 떠나왔던 사람들이 서울살이에 실패하고 다시
귀거래사를 부르고 있다.

"나는야 흙에 살리라"는 노래를 부르며 돌아오는게 아니다.

고향의 흙이 아니면 먹고 살 데가 없어서다.

< 안상욱 기자 dani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5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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