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 인도네시아대통령이 21일 마침내 퇴진했다.

수도 자카르타는 물론 인도네시아 전국을 휩쓴 반수하르토데모로 이미
예고됐던 것이기도 하다.

20일에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국무장관도 공개적으로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는등 수하르토 32년독재의 종언은 이미 초읽기 단계였다고 할수 있다.

우리는 그의 퇴진을 인도네시아 국민과 민주주의의 승리로 규정한다.

동시에 그나마 더이상 피를 흘리지않고 정리된 것을 다행스럽게 여긴다.

수하르토의 퇴진이 인도네시아 정치 경제발전의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아시아전역에 걸친 통화위기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기를 기대한다.

인도네시아사태는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이 동전의 앞뒷면처럼 떼놓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걸 다시한번 되새기게 한다.

수하르토 퇴진은 통화위기와 국제통화기금(IMF)구조조정요구, 이에따른
물가폭동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근본적으로 경제가 실패한데 원인이
있고 이는 1인 장기독재로는 부패 족벌의 국부독점이 필연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인도네시아경제 개혁과 재건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해결해야할 제1차적인 과제다.

그러나 어느나라건 경제가 하루아침에 잘될 수 있는것은 아니기 때문에
꼭 인도네시아경제가 빠른 시일안에 호전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수하르토 사임발표직후 강세를 보이던 아시아각국의 통화및 주가가 시간이
가면서 전일수준의 보합세로 돌아선 것은 바로 그런 점에서 순리라고 할수
있다.

이같은 주가움직임이 권력을 승계할 하비비부통령의 도덕성과 리더십에
대한 의문때문이라는게 표면적인 해석이지만 어쨋든 인도네시아경제흐름을
지금 속단하는 것은 무리다.

지난해 교역규모가 76억달러에 달하고 은행 종금 리스 등 국내금융기관의
대출금만도 지난2월말기준 44억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인도네시아가 빠른
시일안에 안정을 되찾을 것인지는 특히 관심사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인도네시아와 미국및 IMF와의 협력관계가
수하르토때보다 더욱 긴밀해질 것이 확실하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 새 정부와 미국간 협력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강화될 것이라고
점칠수 있다.

국무장관의 공개적인 퇴진요구에 이어 수하르토가 물러나고, 혁명적인
방법에 의해서가 아니라 헌정질서에 따라 후임자가 권력을 승계했다는
점에서도 양국협력 분위기는 개선될 것이라고 볼수있다.

팔레비퇴진이후의 이란과 같은 사태가 인도네시아에서 되풀이될 조짐은
현재로서는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국내금융기관들의 대출금회수가 앞당겨지리란 보장은 전무하다.

수하르토가 물러났다고 해서 인도네시아경제에 당장 그럴 여력이 생겨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최대채권국인 일본을 비롯 IMF 등과 긴밀히 협의, 대처하는 것외에 달리
방법이 없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