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주재로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정보화전략회의는
기존 국가정보화계획의 큰 틀을 살리면서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새정부의 장단기 정보화추진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회의를 통해 제시된 정보화전략은 국가 당면과제인 경제위기 극복에
정보화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함축돼있다는 것이 과거와는 다른
점이라고 하겠다.

요컨대 단기적으로는 기업과 정부의 구조조정에 정보화를 최대한 활용하고
장기적으로는 정보통신산업의 육성을 통해 IMF졸업 이후의 경제기반을
튼튼히 한다는 것이다.

정보화는 경제사회전반의 누적된 고비용구조를 개선하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경제구조개혁의 가장 핵심적인 수단이라고 할수 있다.

조직 인력 예산을 줄이면서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는데는 정보화 이상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행정정보화로 지난5년간 35만명의 공무원 감축(16%)과
1천3백70억달러의 예산을 절감했다는 보고도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에 따르면 정보화에 1조원을
투자하면 국민총생산은 3조8천억원이 늘어나고 4만8천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따라온다니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분석을 근거로 앞으로 5년간 산업정보화를 통해 44만명의
신규고용을 창출하고 시.군.구의 행정정보화로 2003년부터 연간 1조2천억원의
경비를 절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같은 계획은 구체적 실천수단인 재원조달및 장애요인의
해결방안이 결여돼있어 과거정부에서와 마찬가지로 장미빛 청사진으로
끝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초고속정보통신망을 구축하는 사업 하나만해도 2010년까지 32조원
(민간30조원 정부2조원)이 투입돼야 하는데 정부의 정보화예산은 동결돼
6천5백억원(98년)에 불과하고 구조조정 몸살로 민간기업의 투자마인드까지
크게 위축된 판에 무슨 힘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건지 계획만 봐서는
알수 없다.

또 세계 22위에 머물고 있는 한국의 정보화수준을 2002년에는 10위권의
정보선진국으로 도약시키고 "모든 국민이 세계에서 컴퓨터를 제일 잘 쓰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정보통신부장관의 다짐 역시 같은 맥락에서 어쩐지
정치구호처럼 공허하게만 들린다.

장기적 안목에서 정보화투자는 계속 확대돼야 하지만 경제여건상 당분간
투자위축이 불가피하다면 투자의 효율성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부처별 민간기업별 중복투자를 지양하고 이미 구축된 민관의
정보시스템을 수요자중심으로 연계해 통합함으로써 투자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일은 큰 돈 안들이고도 당장 할수 있는 일이다.

정보화작업에는 지름길이 없다.

2000년대의 정보통신대국 건설은 거창한 구호보다 지금 주어진 여건하에서
할수 있는 일을 실행에 옮기는 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