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선진화된 기업지배구조의 도입에 관한 논의에서 기업인수시장의
활성화가 많이 거론되고 있다.

이사회 제도가 기업지배구조의 내부규율 기능을 한다면, 자본시장(주주권
행사및 기업인수시장)과 금융시장(은행의 대출심사)은 외부규율, 즉 시장
규율의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시장규율로서 기업인수시장은 경영자의 비효율적인 경영을 감시.견제하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며, 유연한 퇴출경로를 제공하여 산업구조조정을
촉진할 수 있는 순기능을 가진다.

반면 역기능으로는 빈번한 경영권에 대한 위협및 교체로 인하여 주주
채권자 종업원 등 이해관계자간의 갈등이 발생하고, 경영권 보호를 위해
자원의 낭비(예:대농의 미도파 방어)가 일어날 수 있으며, 근시적인 기업
경영으로 기업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기업인수시장에서의 경영감시수단으로는 공개매수와 위임장 경쟁이 가능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M&A시장 기능이 매우 미약하였다.

그 이유는 크게 몇가지가 지적될 수 있다.

즉 <>상법및 증권거래법 등에 의한 정부의 경영권 보호정책 <>소유경영자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높은 지분율(43%, 97년 기준) <>자본시장의 미발달
<>공개매수제도에서 사전신고의무및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시 현실적 제약
등이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미국의 경우 주식의 대중분산으로 일반 투자자가
기업을 감시하려는 동기나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기업인수시장을 통한
시장규율체계가 경영의 효율성을 촉진하고 경영자를 감시하는 기능을 수행
한다.

이에반해 자본시장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일본은 계열집단경영이나
주거래은행을 중심으로 주식의 상호보유를 통한 안정주주로서 기업경영을
견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한편, 독일의 경우 이원화된 이사회 구조를 가지는데, 집행기능을 가진
경영이사회와 최고감시기구의 역할을 수행하는 감독이사회가 있다.

감독이사회는 경영성과를 평가해 경영자를 교체함으로써 사실상 미국의
기업인수시장 역할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나라마다 이렇게 상이한 지배구조를 형성하는 것은 지배구조가 한나라의
경제및 사회문화적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OECD 보고서(98년4월2일)는 기업지배구조상의
공평성 투명성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해 최소한의 기준을 설정하여 발표
하면서 세계적으로 하나의 보편적인 기업지배 모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언급한 것도 이러한 사실에 기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영자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한 기업인수시장의 규율이
정착되는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당분간 정부주도의 은행.기업간
재무협약에 의거, 채권자인 은행에 의한 경영감시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은행의 능력을 고려한다면 이는 바로 정부가 은행을 통해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신관치금융"의 모습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개방경제의 시기에는 정부의 통제보다 사실상 시장에 의거한 견제와
시장에 순응한 경영이 시급히 요구되므로, 정부는 기업인수시장의 육성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임동춘 < 현대경제연구원 경영분석실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