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컨설팅업체들이 밀레니엄버그문제(Y2K문제)와 관련, "한국은
이미 늦었다"는 판정을 내림으로써 우리 정부와 기업들을 당황케 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밀레니엄버그 문제 자문업체인 가트너그룹은 최근 한국을
"위험지역(high risk)"으로 분류했는가 하면 또다른 미국의 유력 경영자문
회사인 앤더슨 컨설팅사는 최근 한국현지법인에 한국에서 밀레니엄버그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는 2000년 이전에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보장"을
하지 말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한국을 위험지역으로 분류한 것은 한국으로부터의 해결 프로젝트 수주를
기피하라는 뜻이라고 하니 이쯤되면 문명의 이기인 컴퓨터가 한국에서는
"2000년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느낌마저 든다.

"컴퓨터 2000년 연도표기 문제"는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연도표기를
네자리중 마지막 두자리만 인식하도록 설계함으로써 컴퓨터가 2000년과
1900년을 구분하지 못하여 생기는 문제이다.

이로 인해 금융 통신 행정 등 공공업무와 산업자동설비 등에서 심각한
오류와 재난 발생이 우려되며 이를 해결하는데는 전세계적으로 약 1조달러
라는 어마어마한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지난 96년초부터 정부에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추진실적이 미흡한
부처는 예산배정에서 불이익을 주는 등의 강력한 대책을 시행해오고 있으며
영국은 지난해 "Action 2000"이라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기금을 조성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일본은 문제해결을 위해 1조엔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정부도 지난 4월 국무조정실에 민.관이 참여하는 "컴퓨터 2000년문제
대책협의회"를 설치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실질적인 대응이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최근 정보통신진흥협회가 정부기관 정보통신서비스업체 금융기관 등
1백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3%이상이 밀레니엄버그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이중 83.3%는 전혀 예산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밀레니엄버그는 세계 모든 나라와 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이므로 빨리
해결하면 할수록 그만큼 국가 및 기업경쟁력이 강화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올해부터 2000년문제 해결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지의 여부를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평가 항목으로 반영키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 컨설팅회사들의 지적이 비관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를
외면하거나 자포자기해서는 안된다.

대처가 늦어 피해가 불가피하다면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더이상 구경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정부의 고위정책결정권자는 물론 기업의 최고경영층이 확고한 의지를 갖고
직접 해결에 나서야 한다.

대응이 늦어질수록 비용은 증가하고 성공확률은 떨어진다.

아무리 경제사정이 어렵더라도 이 금세기 최후의 숙제를 풀지 않고 새로운
천년을 희망으로 맞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