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 벤처기업협회장 >

세계는 지금 패러다임의 변화에 직면해있다.

대량생산 산업사회 닫힌 경제의 시대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지식사회,
정보화사회, 열린 경제로 이동하고있다.

이런 변화에 적응하는 길이 바로 국제통화기금(IMF) 극복의 방향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 기술에 기반을 둔 도전정신이 풍부한 벤처기업
육성이 요구된다.

벤처기업 정책은 한국인의 정서에 어울린다.

세계적인 석학 피터 드러커 교수는 기업가 정신이 가장 투철한 민족으로
한국을 꼽았다.

이를 바탕으로 벤처기업을 육성, 경제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신정부출범후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분위기가 성숙돼가고 있는 것은 이같은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다.

특히 최근 IBRD자금 일부를 벤처기업지원에 사용할수 있도록 한 것은
가뭄에 단비같은 조치다.

그러나 벤처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한 시책이 일부 있어 이를 조속히
개선하면 우리나라가 21세기 벤처강국이 되는데 큰힘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런 차원에서 벤처정책의 기본방향을 제언하고자 한다.

벤처육성을 위한 금융정책은 첫째 융자가 아닌 투자여야한다.

둘째 정부지원하의 민간주도 정책 시행으로 이어져야한다.

융자중심의 벤처정책은 여러 폐해를 야기할수 있다.

우선 창업자들의 도전정신이 상대적으로 약해져 경쟁력 저하로 연결된다.

지원대상을 선정할때 사업성 보다는 담보나 보증같은 형식요건에 좌우될
가능성이 커진다.

창업초기부터 부채의존도가 높은 기업으로 출발, 불량한 재무구조를 갖게
된다.

사후관리가 방만해지고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문제도 있다.

중소기업 정책 전반에 대한 왜곡현상도 우려된다.

벤처기업에 한해 저리융자를 한다면 다른 업체와의 형평성에 문제가 생긴다.

벤처기업에 활발한 금융지원을 할수 없게되는 것이다.

그러나 투자의 경우에는 10개 투자기업중 5년간 50%만 성공해도 성공한
투자기업에서 얻는 수익이 나머지 실패한 5개사에 투자했다 잃은 금액을
웃돌수 있다.

융자를 주로 하는 일반 금융회사의 경우 수익이 10%가 안되는 미국의
사례를 보자.미국 벤처캐피털사의 수익성은 일반 금융회사들의 2배를 훨씬
넘는 수준이다.

다수의 벤처기업에 투자한 펀드의 수익이 일반융자의 수익을 상회해 또다시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다시 더 많은 수익을 내는 선순환의 고리가 미국의
벤처금융이 발달한 순리다.

따라서 벤처금융정책은 반드시 융자가 아닌 투자의 개념으로 추진돼야한다.

지금까지 정부가 직접투자,성공한 정책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기심의 승화가 일어나지 않기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벤처기업에 대한 금융정책은 정부지원하의 민간주도로 가야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