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인 허영태(34)대리는 봉급이 삭감되자 가계경제에 대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부모로부터 "협조융자"를 받아 부업으로 해오던 비디오가게를 정리했다.

종업원이 "도덕적 해이"에 빠져 "부실대출"을 일삼는 바람에 누적적자가
심각해진 때문이다.

부모로부터 받은 협조융자로는 빚을 다 갚을 수 없어 "소비자파산"에
이를 지경이었다.

결국 허대리는 장인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고야 말았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들어서면서 이처럼 들어보지도 못한 어려운
용어들이 일상적인 언어로 등장하고 있다.

국가적인 경제위기로 부도 실직등 어려움에 처하자 불안심리가 더욱
확산되고 있어서다.

이미 1백30만명이 실업자가 됐고 올해안에 2백만명을 넘어서리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살던 집에서 쫓겨난 사람들은 "홈리스"(homeless.노숙자)로 거리를
헤매는 신세로 전락했다.

실직한 가장들은 이혼당하거나 배우자가 가출하는등 "총체적 난국"에
직면하고 말았다.

이같은 불안심리로 씀씀이가 줄어들고 늦게까지 직장을 지키는등
"IMF증후군"이 확산되고 있다.

전화벨만 울려도 깜짝놀라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생계를 위해 도둑질에 나선 "IMF형 범죄"도 증가일로에 있다.

금융기관 종사자들은 IMF증후군의 몸살을 앓고 있는 대표적인 사람들.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ABS(자산담보부증권)등에 시달려 "달러에
치이고 영어에 짓밟히는 처지"를 하소연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기획예산위원회등 각종 위원회에
불려다니며 "위원회 공포증"에 몸서리치고 있다.

IMF를 빗댄 신조어들도 쏟아졌다.

초기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자마자 환란을 미처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나는 F학점이야"(I''m F) 혹은 "나는 바보야"(I''m fool)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본격적인 정리해고가 잇따르자 "나는 해고됐어"(I''m fired)라는 말이
나왔고 해고바람에서 견딘 일부는 "나는 괜찮아"(I''m fine)하며 안도하기도
했다.

올들어서는 과소비가 재연되자 이를 빗댄 외국 언론들은 "한국이 문제의
심각성을 잊고 또다시 샴페인을 일찍 터뜨리고 있다"며 "한국은 현재
심각했던 위기를 잊고 있는중"(I''m forgetting)이라는 기사를 서울발
주요뉴스로 취급했다.

그러나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의 기회로 삼으려는 범국민적 운동이 펼쳐져
또다른 IMF증후군을 몰고 왔다.

금모으기운동에 이어 수출지원저축통장갖기 운동이 펼쳐졌다.

국산품 애용운동이 뒤를 이었고 소비절약 물자절약이 확산됐다.

구조조정을 통한 국제경쟁력 회복으로 한국경제는 한단계 도약을 앞두고
있다.

< 정태웅 기자 /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1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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