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쓰면 약, 못쓰면 독"

국제통화기금(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IMF프로그램이 외환위기에서 벗어나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전화위복의
계기인 동시에 부작용이 확산될 경우 장기불황으로 이끄는 함정이 될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IMF는 외환위기 해소를 위한 자금지원 조건으로 긴축거시정책과 구조 및
제도개혁을 처방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긴축통화정책으로 고금리를 유도해 외환유입을 늘리는 한편 금융기관
및 부실기업 정리를 통해 경제시스템을 혁신, 투명성과 대외신인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IMF가 경제회복을 위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고 전제했다.

오히려 우리경제의 덫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IMF프로그램이 긴축정책과 구조개혁을 병행함으로써 경제를 필요 이상으로
위축시킨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번 경제위기의 본질은 해묵은 우리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있다는게
중론이다.

외국투자자들이 마음놓고 돈을 빌려줄 수 없을 정도라는 것.

단지 외환부족이나 단기외채 과다차입에 따른 유동성 위기탓은 아니라는
얘기다.

IMF프로그램의 의도를 살려 경제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단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조정 비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최근 정부와 IMF가 인위적인 고금리정책을 중단하고 콜금리등 실세금리를
낮추기로 합의한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다.

심상달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팀장은 "신정부 경제대책의
최우선과제는 금융구조개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건실한 금융기관이 부실기업정리를 선도해야 한다는 견해다.

공병호 자유기업센터소장도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선 금융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고 들려줬다.

권영준 한림대교수는 "정부의 일관된 정책이 요구되는 시기"라며 정부의
강력한 개혁의지와 조율능력을 촉구했다.

우리경제의 고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을 미룰수 없는
상황이다.

IMF프로그램을 "입에 쓴 약"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방법과 속도를 조절, 부작용을 막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이영세 산업연구원 미국지원장은 "세계는 선.후진국 가릴것 없이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을 되찾고 외국투자유치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혈안"이라며 "위기의 바닥에서 망설여야 할 이유는 물론 여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 유병연 기자 /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