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기업이자 고급 승용차로 명성이 높은 다임러 벤츠 그룹과 미국
3위 자동차업체인 크라이슬러의 합병 소식은 세계 자동차산업의 지각변동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양사간 합병을 계기로 세계의 크고 작은 자동차회사들이 저마다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짝짓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세계 자동차업계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릴 전망이다.

수년전부터 자동차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000년대 세계 자동차업계가
생산과잉에 따라 5~7개사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정설로 돼있다.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 일본의 도요타 등 이른바 "빅3"를
제외하면 10위권내 업체들이 매출규모나 기술면에서 엇비슷하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는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꾸준이 제기돼 오고 있다.

일찍이 지난 96년 미국 포드가 일본 마쓰다를 인수한 것을 비롯 포드가
영국 재규어를, GM이 스웨덴 사브 주식 50%를 인수했고 올들어서는 독일
BMW가 영국 롤스로이스의 인수협상을 마무리지은 것이나 GM이 한국
대우자동차 주식 50%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덩치 키우기
경쟁을 입증하는 사례들이다.

벤츠와 크라이슬러가 합치면 매출액기준으로 도요타를 제치고 일약 세계
3위로 부상하게 된다고 하니 세계자동차업계의 판도변화를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특히 경제규모 때문에 경쟁력에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유럽 및 일본자동차
업계가 M&A압력을 크게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벤츠-크라이슬러 합병으로 촉발될 세계자동차업계의 짝짓기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과 해외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게 분명하다.

당장 아시아시장에서 GM과 크라이슬러를 견제하기 위해 포드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벤츠-크라이슬러 합병은 지지부진한 국내 자동차산업의
개편작업을 촉진하고 구조조정 방향을 제시해준다고 할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키워야 하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과거의 명성이나 자존심 따위에 연연하지 않고 전략적 제휴와 M&A를
마다하지 않는 외국자동차회사들의 행보에서 우리업계는 21세기 자동차
산업의 어려운 환경과 생존전략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정부 역시 급변하는 세계자동차시장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함은
물론이다.

IMF사태 이후 위기에 빠진 국내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하루빨리 기아문제를 포함,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을 매듭지어야 한다.

현재 4개인 완성차업체수를 3개로 줄이든 2개로 줄이든 그 판단기준은
21세기에도 국제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대외경쟁력을 갖출 수 있느냐의
여부에 두어져야 한다는게 이번 벤츠-크라이슬러 합병이 새삼스럽게 일깨워
주는 교훈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