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그룹에 근무하는 이정태 차장(38).

그는 지난 4월초 적금을 해약했다.

이 차장이 적금에 가입했던건 지난 96년10월.

매달 24만원씩을 불입하면 3년후(99년10월)에 1천57만1천4백원을 찾기로
돼 있었다.

이 차장은 한달도 거르지 않고 18개월째 적금을 넣었다.

문제가 생긴건 지난 2월.

친구가 운영하는 중소기업에 보증(5천만원)을 섰는데 덜컥 부도를 내고
말았다.

은행에서는 보증책임을 요구, 월급을 압류하겠다고 나왔다.

이 차장이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게 바로 적금 해약.

우선 연체이자라도 갚아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채무자든 보증인이든 빚독촉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우선 생각하는건
이자갚기다.

만기가 남은 적금이라도 깨서 이자라도 물어야 최악의 경우를 피할수
있어서다.

이런 현상을 반영, 은행의 적금 해약은 밀물을 이루고 있다.

올들어 지난3월말까지 정기적금은 2조6천1백26억원 줄었다.

그러나 적금해약을 통한 이자갚기는 근원적인 처방이 될수 없다.

잘해야 6개월정도 버틸수 있을 뿐이다.

결국 빚상환능력이 한계에 도달한 사람이 찾는 최후의 정착지는 법원이
될수 밖에 없다.

정식으로 "소비자파산"을 신청, 법적으로 부채를 탕감받는게 유일한
방법이다.

이 때문에 법원에 소비자파산을 신청한 사람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서울지방법원 민사50부가 소비자파산을 처음 접수한 것은 지난 96년11월.

작년11월말까지 파산신청은 3명에 그쳤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이후 급증, 올들어 4월말까지 36명이 파산을
신청했다.

문제는 소비자파산신청이 근원적 해결방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5~6개월 걸려 소비자파산선고를 받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정식으로 소비자파산선고를 받은 사람은 아직 1명뿐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엔 끝없는 도피생활을 할수 밖에 없다.

그 와중에서 보증인이 다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보증인의 보증인도
신용불량자대열에 줄을 서야 한다.

흔히 개인파산은 기업부도 6개월후에 본격화된다고 한다.

기업이 부도나면 퇴직금등으로 그럭저럭 살아가지만 6개월이면 바닥이
난다는 근거에서다.

IMF직후인 지난12월부터 기업부도가 극성을 부렸다.

이제 5월이면 바로 6개월째다.

말로만 듣던 개인파산이 도미노를 일으키는 5월이 왔다.

< 하영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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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4월30일자에 실린 "도미노-개인파산(중)"기사와 관련, 국민은행의
연체회수전담직원 1백30명중 경찰출신은 극소수임을 알려드립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