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문학 박사 조경철

속도계의 바늘이 지금 시속 1백20km를 지나려 한다.

몇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출발때부터 이 속도에 이르기까지 전혀
가속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매끄럽고 조용하다.

나의 전신을 떠받치고 있는 좌석의 안정감과 안락감은 가죽시트의 감촉과
어우러져 마치 고급 외제차를 타고 있는 기분이다.

이 기분은 실내의 모든 디자인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다.

운전석 앞의 계기판을 덮은 패널의 곡선은 고요한 바닷물이 맑게 모래사장
에 밀려오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가운데 아랫부분의 콘솔에 위치한 편의장치들도 세련돼 보인다.

여기에 L자형의 센터페시아 패널은 기품있는 장미목 소재로 호화스런
분위기를 연출해 준다.

쏘나타 시리즈에 처음으로 선보인 TV화면식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신선한
매력이다.

목적지의 지도를 5단계로 확대해 지시해 줄 뿐만 아니라 TV 비디오 CD
카세트테이프및 라디오 등 다양한 기능을 지니고 있다.

오디오 시스템은 6개의 커다란 스피커로 입체음을 들려준다.

눈앞의 계기판도 장미목의 프레임으로 장식돼 품격과 고급감을 더해준다.

내가 지금 몰고있는 차는 "EF쏘나타".

현대가 새롭게 탄생시킨 제5세대 쏘나타다.

차체의 외형은 물론 내부 모두와 엔진 구동부문 서스펜션까지도 과거와
완전히 달라진 "새 차"다.

쏘나타 시리즈가 처음 선보인게 지난 88년이니까 꼭 10년만에 완전히
변신한 EF쏘나타를 등장시킨 셈이다.

더욱이 반가운 것은 1백% 국내 기술로 개발된 차라는 점이다.

현대의 기술력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증거다.

이제 EF쏘나타에 처음으로 얹었다는 V6 DOHC 24밸브 엔진을 보자.

출력은 1백75마력이며 최대토크는 23.4kg.m/4천rpm, 그리고 배기량은
2천5백cc다.

이 정도의 힘은 대형차급이다.

약 1천3백kg의 차체중량을 감안해도 엄청난 기동성을 암시해 주질 않는가.

현대가 말하는 "꿈의 스포츠 세단(Sports Sedan)"이라는 표현이 결코
거짓은 아닌듯 싶다.

아닌게 아니라 제법 배가 나온 어른 4명을 태우고도 시속 1백80km를 단숨에
낸다.

더욱이 운전자 혼자 이 차를 달릴 때는 제원상의 최고시속 2백8km도 무난히
돌파하는 고성능을 보여주었다.

놀라운 것은 인공지능형 HIVEC 오토트랜스미션.

운전자의 의지대로 자유자재로 반응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
까지 있어 더욱 안정되고 최적의 변속 필링을 느끼게 해준다.

더블위시본(Double Wishbone) 전륜 서스펜션도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고속에서 급한 커브를 돌아보는 시험을 해봤지만 중심이동을 확실하게
막아주는 성능을 보여줬다.

불안감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또 하나는 회전반경이 매우 짧다는 것.

도로체증이나 급한 상황을 만나 급히 U턴했을 때 2차선 반대편 도로를
단숨에 돌아서는 중형차는 찾기 힘들다.

그러나 EF쏘나타는 이게 가능하다.

이번 시승에서 무엇보다 놀라운 발견이었다.

내가 볼때 가장 실용적인 특징이라 생각된다.

이것만으로도 나는 이 차의 기능이 출중하다고 평가하고 싶다.

충돌사고에 대비하는 안전장치로는 대형 에어백이 운전석과 조수석에
장착돼 있다.

측면충돌에 대비한 측면에어백도 시트에 내장돼 있다.

ABS며 도어속에 보강 강재가 부착돼 있음은 물론이다.

그밖에도 2단콘솔박스, 선글라스 케이스, 차속감응 도어록, 오토컨트롤
헤드램프, 뒷좌석 유아용 안전시트 등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못한 다양한
편의장치들도 가득 채워져 있다.

이 차를 직접 구입한 사람들만이 즐길 수 있는 특권일 것이다.

이제 종합평가를 해야겠다.

나는 1세대에서 5세대에 이르는 쏘나타를 모두 타봤다.

세대를 뛰어넘을 때마다 현대의 기술은 한계단씩 발전했다는 것을 나
스스로 느끼고 있다.

10년간의 쏘나타 시리즈 경력이 이번 EF쏘나타에 모두 집중됐다고 본다.

이젠 성능면이나 승차감, 안전과 내장면에서 외제 고급차에 비해 손색이
없다고 본다.

내가 내린 판정은 "A+"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