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산행은 네종류다.

먼저 집사람과 가는 관악산 깃대봉 능선.

교통편도 좋고 별로 힘들지 않아 휴일에 자주 간다.

그리고 옛 서울고 앞에서 "옛티"라는 등산장비점을 하는 고향친구 조재문
군을 비롯한 몇몇과 함께 하는 북한산 구파발 코스.

다음은 산행을 즐기는 증권거래소 홍인기 이사장님과 다니는 북한산 비봉
능선.

으레 구기동 파출소 앞에서 20~30명이 만나 올라갔다가 하산길에 우리끼리
속칭 "숲속의 플라자"라 부르는 곳에서 각자 준비해 온 점심을 펴놓고
얘기꽃을 피우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전국 각지의 명산 순례.

바로 매달 있는 "증권거래소 산악회"행사다.

77년 첫 산행 이래 올해 마니산 시산제가 1백73회였으니 연륜이 깊은
셈이다.

요즘은 무박산행을 많이 한다.

몇해전 입사동기 이회동군(현 국제업무실장)이 산악회장을 할 때 토요일
밤에 출발해 동이 트기전 월악산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와 곧바로 서울로
직행, 이른 아침 여의도에서 해장국을 먹고 헤어진 일.

김종욱 선배(현 감사실장)의 미국 연수기념 소백산 등반 때 부상 회원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장대 빗속을 장장 12시간 걸어 지옥훈련을 시켜드린
일.

광양 백운산에서 길을 찾지 못해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가시밭길을 헤쳐
겨우 정상에 올랐던 일 등이 기억에 새롭다.

철쭉꽃 흐드러지는 초여름 소백산 줄기, 진홍빛 단풍과 운무가 어우러진
설악산 계곡, 다도해 끼고 도는 구비구비 두륜산길.

그리고 이국적 정취를 물씬 풍기는 한라산 백록담 가는 길.

이렇게 능선과 계곡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질 때면 지난 시절이
그리워지곤 한다.

매년초 시산제를 위해 떡시루 메고 막걸리통 들고 다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산악회 원로 대접을 받고 있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요즘 대자연속에서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 시대를 사는 지혜가 아닌가 한다.

특히 마음이 심란해지면 더욱 더 산에 오르고 싶다.

정상에서 산하를 보면 온갖 시름이 사라지고 삶의 의욕이 솟구치기
때문이다.

마침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산악회장 강세환 과장이 이번 주말 도봉산엘
가잔다.

무슨 일이 있어도 빠지지 말아야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7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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