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체제속에서 정부의 실업률통계를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고용불안이 심화되면서 실제 피부로 느끼는 것보다 실업률이 낮게 나온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고도성장기에 실업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탓에 실업통계
산정방식이 세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실업자 조사는 매월 5만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다.

통계청산하 전국 21개 사무소및 출장소에서 4백50여명의 조사요원이 직접
대상가구를 방문한다.

실업자로 "판정" 받으려면 우선 만15세이상으로서 수입이 없어야 한다.

또 조사시점으로부터 과거 1주일간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벌였어야 한다.

예컨대 직업소개소에 등록을 하거나 취업원서의 접수 또는 면접을 한
기록이 있으면 된다.

가까운 사람을 통해 일자리를 알아보는 경우도 구직활동에 포함된다.

이같은 구직노력에도 불구, 끝내 일자리를 얻지 못해야 실업자로 분류된다.

그러나 국제적인 기준에서 볼때 구직활동기간을 1주일로 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이나 독일의 경우 실업자판정을 위한 구직활동기간을 4주로 정해놓고
있다.

조사직전 구직활동기간을 4주로 늘려 놓으면 자연히 실업자수는 늘어나게
된다.

최근 실업과의 전쟁을 선포한 독일의 경우 올해 3월중 실업률이 12.1%에
달하고 있다.

독일은 또 만14세이상을 대상으로 조사, 실업률이 우리나라보다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선진국들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실업률이 그다지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게다가 "실망노동자"를 포함하면 우리나라의 실업자수는 1백37만명을
훨씬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망노동자"란 구직활동을 해도 일자리를 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해
스스로 취업을 단념한 근로자를 의미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대대적인 구조조정한파속에서 아예 재취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이들을 통계에 포함시키기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상황"
이라고 말했다.

서울역 등지의 노숙자들이 대표적인 경우다.

조사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가 종이로 된 조사표를 들고 가구를 방문하는 반면에 미국은
조사요원이 휴대용 컴퓨터를 통해 조사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

< 조일훈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