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투기는 다른 것인가?

심지어 경제학자조차도 투자는 좋고, 투기는 나쁘다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공무원들이 투기단속에 전가의 보도처럼 규제의 칼을 빼드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투기는 투자와 속성이 같으며 모험투자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투기는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환경에서 자주 발생한다.

이른바 고위험, 고수익 환경을 쫓아가는 것이 투기의 속성이다.

이런 과정에서 투기는 시장을 안정시킨다는 주장이 시카고학파 경제학자인
프리드먼의 환투기 옹호론이다.

투기는 쌀때 사서 비싸게 팔려는 전략을 깔고 있다.

예컨대 달러화의 경우 투기자는 달러를 약세일 때 매입하고 강세일 때
매도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투기자의 이런 예상이 적중한다면 투기가 없을 때보다 외환시장의 변동폭,
골짜기의 깊이를 낮추어 준다는 것이다.

프리드먼의 주장은 투기자가 예측을 정확히 하는 경우 외환시장의 안정에
기여하며 잘못하는 경우 외환시장을 교란시키지만, 예측을 잘못하는 그룹들은
시장경쟁에 따라 도태된다는 것이다.

물론 프리드먼의 주장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외환시세를 정확히 파악하는
그룹들이 외환시장을 주도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만약 다수의 투기자들이 시세파악을 잘못한다면 외환시장의 변동폭은 더욱
증폭될 수도 있다.

그러나 투기는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속설에 쐐기를 박았다는 점에서
프리드먼을 위시한 시카고학파의 주장은 흥미롭게 음미해 볼 가치가 있다.

이재우 < 한국경제연 연구위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