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기업에 대한 여신을 전면적으로 다시 조정해야할 상황에 처해
비상이 걸렸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오는 8월15일까지 은행들의 여신을 다시 분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담보나 연체기간에 관계없이 상환능력이 없으면 보다 많은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하겠다는게 골자다.

특히 외국은행과 합작을 추진중인 외환및 보람은행과 IFC(국제금융공사)
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으려는 하나 장기은행은 여신재분류를 합작의
전제조건으로 요구받고 있다.

외국은행에 매각을 앞두고 있는 제일은행및 서울은행도 불건전여신을
완전분리한뒤에 매각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여신재조정작업이 미칠 파장은 엄청나다.

은행들로선 당장 대손 충당금적립부담이 늘어난다.

편중여신도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

기업들의 부도위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에 섣불리 자금을
빌려줄수 없는 상황이고 보면 자산운용의 한계에도 직면하게 된다.

기업들의 피해는 더욱 심하다.

우선 부채비율을 선진국수준인 2백%안팎으로 줄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합작은행을 거래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은행들도 대출회수에 나설게 뻔해 어떡하든 상환재원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도 이 점을 의식, "부채비율 축소요구는 단순한
개혁작업의 일환이 아니라 은행과 기업의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금감위의 여신재분류작업=금융감독위원회는 은행들의 여신분류를
전면 재조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현재 은행들의 여신은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등 5단계로
나뉜다.

기준은 연체가 있느냐와 담보가 있느냐 여부다.

금감위는 이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치기로 했다.

구체적으론 담보나 연체시기에 관계없이 상환능력에 따라 여신을
평가하기로 했다.

현재로선 "정상-부실징후(상환능력의심)-부실(상환능력상실)"등 3단계로
나눠질 공산이 크다.

이렇게되면 단 보름을 연체하더라도 상환능력이 없으면 부실징후나
부실여신으로 분류된다.

은행들로선 충당금적립부담이 가중된다.

은행들은 이를 방지하기위해 여신을 조기에 회수하기위해 나설게 뻔하다.

그렇게되면 기업들의 자금사정은 더욱 나빠지게 된다.

금감위는 이와함께 동일계열여신한도비율을 45%에서 25%로 낮추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동일계열여신한도비율은 특정 은행이 한 계열기업체에 대출해줄수 있는
한도를 자기자본의 일정수준으로 제한하는 제도다.

이 비율이 낮춰지면 은행들은 계열기업에 대한 여신을 회수해야만 한다.

현재도 동일계열여신한도를 초과하는 기업이 삼성 현대 대우 LG 한화
한보 금호 두산 롯데 우방 대한주택공사 선경등 12개에 달하고 있다.

<>외국합작선의 요구=국내은행에 출자의사를 갖고 있는 외국금융기관들도
여신재분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IFC로부터 2억달러를 출자받기위해 협상중인 하나은행과 장기신용은행이
대표적이다.

IFC는 이들 은행에 현대 삼성등 대기업여신에 대해서도 20%가까이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요구하고 있다.

만일 이 요구가 수용되면 충당금부담으로 인해 출자를 받지 않는 것만
못하다.

3천억원의 외자유치를 위해 노력중인 외환은행도 마찬가지다.

홍세표 외환은행장은 "합작의사를 타진하기위해 접촉한 외국은행들은
합작조건으로 부실여신및 편중여신해소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특정 기업에 대한 여신을 줄이라는 요구다.

이런 상황은 제일 서울은행도 마찬가지다.

두 은행에 인수의사를 가진 외국금융기관은 금감위에 두 은행의
부실징후여신을 따로 떼 배드뱅크(bad bank)"로 이관하고 정상여신만
팔것으로 주장하고 있을 정도다.

<>국내기업 파장=당장은 은행과 기업 모두에게 엄청난 손실을
가져온다.

은행들로선 싫든 좋든 대기업여신을 줄여야 한다.

또 상당한 정도의 대손충당금을 추가적립해야 한다.

기업들은 은행들로부터 대출금회수에 시달려야 한다.

대출금을 갚고 싶지만 부동산이나 자회사매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부도위험에 맞딱뜨릴수 밖에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장점이 많다.

은행과 기업의 재무구조가 모두 건전화된다.

편중여신이 해소되면 금융위기에도 집단부실화에 빠질 가능성이
줄어든다.

현재 합작 금융기관인 한미은행과 한국종금이 대표적이다.

뱅크아메리카(BA)가 대주주인 한미은행의 경우 지난해말 현재 무수익여신
비율이 3.35%로 시중은행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편중여신이 전무해 주거래기업이 하나도 없다.

특히 합작파트너인 BA의 대표인 부행장이 여신심의위원장을 겸임,
"오더대출"이 끼어들 염려가 없다.

따라서 IMF(국제통화기금)등 국제기구와 외국금융기관의 요구로 촉발된
여신재조정작업이 당장은 고통을 가져오겠지만 하기에 따라선 은행과 기업의
여신관행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하영춘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