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가 나서 넉달째 영업이 중단된 동서증권이 지난 20일 저녁 묘한 공시를
냈다.

"호라이즌홀딩스사와 인수 가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서인도제도에
설립된 페이퍼 컴퍼니다. 정부가 영업재개를 허가하지 않으면 가계약 효력이
상실된다"

동서측의 이같은 공시에 대해 기자들 사이에선 "자작극"이란 수군거림이
나돌았다.

"정말일까"하는 의문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페이퍼컴퍼니가 증권사를 사들이는 것도 전무후무한 일일 뿐더러
영업재개를 전제로 한 계약은 무슨 협박문 같다.

인수실체를 밝히라는 기자들의 거듭된 요청에도 동서측은 "저쪽에서
본계약이 있기 전까지는 실체를 밝히지 말아달라는 주문이 있었다"며
끝내 입을 다물었다.

주권거래가 없는 비상장사라면 계약당사자간의 약속으로 치면 된다.

그러나 동서증권은 매일매일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매겨지고 이 발표는
투자자들의 이해관계를 갈라놓게 한다.

발표내용이 만의 하나 영업인가 취소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 또는
자작극으로 판명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계약내용을 의심하면서도 증권감독원이나 거래소가
아무런 손을 쓰지 않고 있다는 점.

계약내용을 보다 정밀히 확인키 위한 조회공시도 없고 인수실체를 명확히
하라는 다그침도 없다.

투자자 보호에 대해선 별로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동서측도 그렇다.

인수실체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자본시장의 생명인 신용을
바탕으로 갱생하려는 집단이 스스로 신용을 허무는 일에 다름 아니다.

허정구 < 증권부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2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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