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이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가.

돌아올 곳이 있는 사람은 또 얼마나 행복한가"

시인 고은씨의 들국화란 시의 한 구절이다.

교보생명 의정부지점에 근무하는 77세의 한 생활설계사는 올해로 13년째
활동하고 있다.

이 분은 효심 깊은 장남에 의해 뒤늦게 생활설계사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당시 중소기업체 사장으로 경제적 어려움도 없던 장남은 어머니가
건강과 젊음을 계속 유지하는데 적당한 소일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오랜 고민끝에 내린 결론은 입사가 크게 까다롭지 않고 다양한 계층의
고객들을 만날수 있는 생활설계사였다.

아들은 조심스럽게 입사를 권유했고 어머니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분은 매일 아침 나이 많은 어머니의 출근을 도왔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고객을 소개시켜 드렸다.

뒤늦게 입사한 이 어머니는 비록 젊은 생활설계사에 비해 활동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출근시간을 정확히 지키는등 많은 생활설계사들의 귀감이 되었다.

물론 아들의 기대대로 어머니는 건강과 젊음을 동시에 유지하고 있다.

이 생활설계사처럼 오랫동안 손에서 일을 놓지 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이란 단순히 가족의 생계를 꾸려가는 수단만은 아니다.

또 일터는 우리의 자아를 실현하는 현장이자 꿈을 무르익게 하는 훌륭한
터전이다.

최근 열린 중소기업 채용박람회에는 구직자의 행렬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고 한다.

취업을 희망하는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 가족들은 또 얼마나 애를 태우고
있을까.

부상을 입은 것도 아닌데 늘 벤치에 앉아 다른 선수들이 땀흘리며 뛰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운동선수의 심정과 크게 다를 리 없다.

이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일자리겠지만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도록
격려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