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정부개혁을 주도한 다이아나 골즈워디 여사(53)가 13일 오후
방한했다.

골즈워디 여사는 영국의 정부개혁 운동인 "넥스트 스텝스"(Next Steps)
발기인으로 참가, 영국정부의 기능축소와 공공서비스 개혁방안을 기안한
주역이다.

국제연합(UN)과 세계은행(IBRD) 등 국제기구 개혁프로그램 기획에도
참여했다.

행정개혁 분야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탄자니아
폴란드 등에서 정부개혁 자문활동을 펼쳤다.

행정개혁 해결사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그를 숙소인 프라자
호텔에서 만났다.

"정부개혁없이 사회나 경제개혁을 바라는 것은 무리이며 공공부문의 혁신이
모든 개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그와의 일문일답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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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금 공공부문의 개혁을 시작하려고 한다.

한국을 방문한 목적은 무엇인가.

"30년간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정부개혁프로그램에 깊숙히 관계해왔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한다.

한국은 첫 방문이다.

최근 런던을 방문한 김대중대통령의 "한국의 미래개혁"이라는 연설을 듣고
감명받았다.

한국은 지금 매우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작은 정부를 만드는데 그동안 많은 경험을 쌓아왔다.

한국이 추구하고 있는 정부개혁에 나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영국의 정부개혁 모델이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보는가.

"영국 정부개혁모델을 가지고 남아공이나 방글라데시 등 다른 나라에서도
조언을 했었다.

물론 실제 경험을 이야기할 뿐이다.

영국모델을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영국은 20년이 넘는 행정개혁 경험을 갖고 있는데.

"영국 행정부는 60년대부터 공정하고 제한없는 경쟁과 실력에 따른
선발이란 개혁을 도입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개혁은 88년 집행행정 조직을 민간기업 형태로 운영되는
행정서비스사업단으로 넘기면서부터다.

또 91년에는 모든 공공서비스에 대해 "시민헌장"을 제정해 국민이 받을 수
있는 행정서비스 기준을 마련했다.

시민헌장의 서비스기준에 맞춰 훌륭하게 행정업무를 수행한 사업단에는
시민헌장 마크를 수여한다"


-행정개혁의 상징인 넥스트 스텝스를 시작한 동기는.

"지난 79년에 영국정부개혁 시작된지 8년뒤에 도입됐다.

정부개혁이나 재정개혁이후에도 관리자들이 조직을 장악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기위해서다.

특히 대규모 공공부문 파업으로 공공서비스의 공황상태가 초래되고
공무원들의 이기주의가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따라서 공공부문에 대한 불신과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전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


-넥스트 스텝스 운동을 쉽게 설명해달라.

"행정의 집행기능을 정책입안기능과 분리해 사업소로 넘기는 것이다.

정부부처는 사업소와 서비스 공급의 내용과 수준에 대한 계약을 체결한다.

이어 성과감시및 평가를 통해 효율성을 검토한다.

이 결과 영국 공무원의 75%가 사업소에 소속됐다.

결국 정부부처를 행정서비스사업소로 만들고 공무원도 준공무원으로 만든뒤
민영화단계를 밟는 것이다."


-행정서비스 사업소란 기존의 정부기관과 어떻게 다른가.

"정부의 각종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외청에 해당하는 것이다.

사업소는 인사 예산 등 독자재량권을 가진다.

대신 능률과 생산성에 대한 엄격한 책임을 진다.

업무평가에 따라 봉급을 받고 업무능력이 신통찮으면 재계약을 맺을 수
없다."


-그렇다면 사업소 사장은 공무원중에서 임명하는가.

"사장은 공공 및 민간부문 인사 모두를 대상으로 공개채용방식으로 뽑는다.

보통 3~5년 계약제이다.

보수는 사업소 경영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제가 일반적이다.

사장은 최고 경영자로 사업소 운영에 관해 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영국에서 행정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마켓 테스팅제(효율성
시장검증제)"를 도입했는데.

"마켓 테스팅제란 행정서비스업무를 놓고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서로
경쟁하는 것이다.

각 부처는 더 높은 효율성을 보장하는 공급자에게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권리를 준다.

이 제도 도입으로 정부 예산이 20% 절감됐다."


-영국의 개혁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영국 인구는 5천9백만명이다.

그중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인력은 5백만명 정도다.

영국인구 1백명중 8.5명이 공공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87년의 6백36만명에 비해서는 20% 정도 줄었다.

인원을 줄이면서도 행정효율과 공공서비스 품질은 민간기업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게 가장 큰 성과다"


-공공부문 역할을 민간에게 넘길때 공무원조직의 반발은 없었나.

"가장 큰 걸림돌은 공무원과 공기업 등의 해고자 문제였다.

첫해 각 부처당 5-10%씩 인원감축을 의무화했다.

이후 매년 지속적으로 인원을 줄여나갔다.

해고는 뼈아픈 일이다.

그러나 감축된 인원으로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수단을 남은
공무원들은 찾게됐다"


-해고된 근로자에 대한 방침은.

"사회보장제도에 따라 실업수당이 있긴 했지만 충분하지 못한게 사실이다.

공기업 등에서는 대규모 파업이 일어나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넥스트 스텝스가 이전에 시도됐던 각종 개혁정책과 달리 놀라운 성과를
달성할 수있었던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넥스트 스텝스는 일회성이 아닌 단계적이고 지속적인 개혁과정이다.

82년 재정관리안을 만들어 재정개혁을 단행했다.

88년 행정서비스사업소 도입은 행정조직에 대한 개혁이었다.

이어 91년 시민헌장을 제정해 공공서비스 품질 개혁에 나섰다.

이같은 청사진에 따른 꾸준히 추진한 개혁작업이 성공의 열쇠다.

개혁은 일회성이 아니라 진행되는 과정이다."


-넥스트 스텝스 운동이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가.

"군대조직에도 응용되고 있다.

최근 국방부산하의 사업단설립이 현격하게 늘었다.

96년말 이후 육군인력관리사업단 공군병참사업단 해군기지조달사업단 등
5개의 국방부 산하 사업단이 발족했다.

이들 5개 사업단은 모두 2천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영국의 향후 행정개혁의 방향은.

"영국정부는 올해부터 정부활동의 모든 비용을 목표와 연계하는 "자원회계"
방식으로 전환해 나가고 있다.

이 방식은 현금흐름만 회계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 등 자산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다.

일반기업회계처럼 정부예산을 투명하게 만들기위한 것이다."


-한국에도 공공부문 개혁이라는 빅뱅이 시작됐는데 조언을 한다면.

"지난 3년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정부개혁에 참여했다.

여기서 느낀 것은 정부부문의 개혁없이는 사회나 경제적인 발전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작은 기업하나 하는데도 등록하는데 3달이 걸린다면 문제가 아닌가.

공공부문 개혁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때문이다"

< 김준현.유병연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4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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