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의 원인이 멕시코나 태국이나 인도네시아나
아무것도 다른 것이 없다.

91년 멕시코에서 개최한 태평양연안경제협의회(PBEC)에 참석해서 당시
살리나스 대통령의 연설을 들었다.

그는 수입완전자유화와 외환관리법을 폐지하고 외환거래를 완전자유화
했더니 외환보유액이 증가하고 경제가 4%의 성장을 하게 되었다고 연설했다.

회원국 청중들이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91년의 PBEC 개최지인 구달라자라시는 83년과 87년에 필자가 본 멕시코
시티의 물자부족 양상과는 판이하게 일부 점포에는 대형 소니 TV세트를
비롯한 미제 대형냉장고까지 서방 사치소비품이 즐비하게 전시 판매되고
있었다.

동행했던 일본학자는 1인당 소득 3천달러 국민이 4만달러 소득의 선진국
고급사치품을 수입해서 이나라 부자들만 잘 살게 하는 것이 아니냐고 혀를
찼다.

그 돈으로 수출증가를 위한 기계 등 자본재 수입에 충당했더라면 멕시코의
비극은 방지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멕시코의 고급소비재 수입을 가능케한 것은 연 60%전후의 고금리로
유입된 국제 핫머니였다.

이 자금으로 91년 1백49억달러, 92년 2백44억달러, 93년 2백34억달러,
94년 2백94억달러의 국제수지 적자를 메우다가 더이상 버틸 수 없어 94년
11월에 IMF 구제금융을 받게된 것이다.

국제투기자금은 IMF 구제금융으로 갚아주었으니 환차손보다는 고금리
이득을 더 많이 얻었다는 중평이다.

정치인과 부유층이 합법적으로 귀중한 외화를 미국 등 국외로 도피시켰다는
이유로 살리나스는 미국으로 망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는 지난 84년 인도네시아 방문때 중앙은행총재로부터 자국은
외환관리법을 없애고 외환을 완전자율화했다는 자랑을 들었다.

그 나라에서 성공한 한국사업가는 "은행에는 외화가 부족해서 일반국민에게
현지통화인 루피아를 달러로 바꾸어줄 능력이 없다.

그러나 이 제도의 변경으로 부유층과 권력층이 루피아를 달러로 자유롭게
바꾸어 싱가포르 은행에 송금예치하고 있다"고 했다.

수입자유화가 옳다는 경제이론의 기본원리는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Comparative Advantage)이며 이 이론이 세계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것은 그 이론이 진리중에 진리라는데 있다.

그러나 비교우위론은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교역에서는 좀 더 깊이있는
통찰을 요구한다.

그 이유는 후진국은 자국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한 기계장비 등 자본재를
생산할 능력이 없으므로 수출로 벌어들인 귀중한 외화는 비교우위 소비재
수입보다 절대우위(Absolute Advantage)이득이 있는 자본재 수입에 우선
충당해야할 절박한 사정에 있는데 반하여 선진국은 자본재를 자국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자국통화로 구입.투자할 수 있다.

따라서 후진국은 자본재 수입용 외채증가 부담이 있는데 반하여 선진국은
자본재 수입을 위한 외채증가 부담은 없다는 크나큰 이점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선진국은 후진국의 이와같은 외화부족의 절박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비교우위와 경쟁촉진 논리로 소비재 수입을 개방하지 않는다고 불공정
교역국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때문에 후진국이 수출보다 수입을 더 많이 함으로써 외채를 누적시켜
국가부도에 직면하게된 나라가 속출하고 한번 외채 족쇄에 발이 묶이면
남미처럼 경제정체가 장기화된다.

이런데도 경제학자들은 여전히 자국물건은 팔면서 선진국 물건은
안사겠다고 하면 되겠느냐고 설득하려 한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국가가 빚의 증가로 분에 넘치는 가정생활이나 국민
생활을 계속하면 파산은 시간문제다.

멕시코의 경우 94년 1천4백억달러의 빚이 97년에는 1천8백억달러
(IDB통계)에 달하여 적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IMF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금년에 2백50억달러, 내년에도 3백억달러의
국제수지 흑자로 IMF에서 빌린 돈을 갚도록 해 우리나라가 빚없는 나라가
되도록 외채상환 5개년계획을 수립하기를 제의한다.

우리는 86년부터 4년동안 흑자로 대외빚을 줄인 경험이 있다.

이 계획은 IMF의 지원목적과도 같고 또한 한국정부와 한국국민의 결심을
세계에 천명하고 "빚을 갚자"는 국민적 공감대에 불을 댕기는 계기를 만들고
실업의 고통에 시달리는 가슴에 희망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빚을 갚자"는 노력을 방해받을 이유는 없을 것이고 대책은 이미 알고
있는대로 "하면 된다"라고 할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