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리시스템즈 김종훈 회장이 한국에 왔다.

통신업계의 빌 게이츠로 불리며 이미 벤처기업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의
우상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그는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회의 제2정조위원회 주관으로 열리는
"벤처기업육성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 강연할 예정이다.

그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유리코리아 사옥에서 만나 그만의 "벤처스토리"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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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추창근 < 정보통신부장 > ]

-국내 대학생 벤처동아리에 매년 1백만달러씩 지원키로 하셨지요.

어떤 식으로 도움을 줄 생각입니까.

"지난 2월 잠시 한국에 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때 만난 분들이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물어
왔습니다.

"벤처기업을 살려야 된다. 대학생들을 빨리 눈뜨게 해야 된다. 벤처로
성공하려면 돈이 제일 급하다"고 했죠.

그랬더니 어떤 분이 도와줄 수 있느냐고 했고 저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얘기가 진행된 겁니다.

저는 비즈니스맨이지만 책임감을 갖고 기여해야할 부분도 있다고 생각
합니다."

-벤처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십니까.

"미국이 강한 것은 중소기업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한국도 그렇게 가야 합니다.

좋은 아이디어와 첨단기술은 중소기업에서 많이 나옵니다.

큰 기업들은 그런 기술을 라이선스하거나 사들여 비즈니스를 극대화합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한번 성공했다는 것을 보이는 겁니다.

그러면 나도 할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금은 IBM보다 더 커졌어요.

지금 미국내 정보통신기기분야 3대업체인 시스코도 "유리"보다 몇년 앞서
비즈니스위크에 유망중소기업 1위로 올랐던 회사입니다."

-스스로의 성공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첫째는 고집이 세다는 점입니다.

한번 하기로 했으면 여간해선 바꾸지 않습니다.

지난 몇년동안 1주일에 1백시간 이상씩 일했어요.

또 많이 듣고 많이 물어봅니다.

군대생활을 7년이나 해 비즈니스쪽에서는 모르는게 너무 많아요.

그래서 아는 것 많은 사람, 똑똑한 사람들 얘기를 귀담아 듣고 자꾸
물어보고 합니다.

그러면 실수를 안하게 돼요.

운도 좀 있었다고 봅니다"

-ATM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가장 희망있는 테크놀로지라고 판단했습니다.

비즈니스는 트렌드(흐름)와 체인지(변화)에 잘 적응해야 살아남습니다.

그런 점에서 "유리"는 적응을 잘 했다고 봅니다.

결과적으로 한발짝 앞서가고,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어떤 게임이든 마찬가지 아닙니까.

자기가 룰을 만들면 반드시 이기게 돼있습니다"

-국내 정보통신업계가 어떤 분야에 주력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어떤 분야든 상관없습니다.

하나만 딱 잡아서 해야 됩니다.

한국 와서 보니까 서울은 세계에서도 몇개 없는 대도시인데 여기에 필요한
통신기술을 느끼겠더라구요.

이런 기술은 미국이나 유럽에선 생각지 않고 있거든요.

그런 기술을 가지면 중국이나 인도 일본의 대도시에 진출하는건 문제도
안됩니다.

남들이 신경 안쓰는 테크놀러지를 찾아야 합니다."

-국내기업의 자세에 문제는 없습니까.

"자만해선 안됩니다.

우리 회사가 비즈니스위크에 소개되기 전 국내 대기업 관계자가 한번
찾아왔습니다.

만나서 회사소개를 했지요.

그때 우리회사 직원은 10여명 수준이었어요.

나중에 들어보니까 이렇게 조그만 회사가 무엇을 하겠느냐, 이런 얘기가
들립디다.

손을 끊었지요.

IBM과 마이크로소프트를 보십시오.

오래된 얘기가 아닙니다.

몇년 동안에 바뀐 겁니다.

작은 기업, 벤처기업을 보는 눈부터 바꾸어야 합니다.

그런 기업들 얘기를 들어 도움되는 것이 많습니다.

첨단기술분야일수록 작은 것이 강할 수도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사업비전은 무엇입니까.

"저는 테크놀로지스트입니다.

컴퓨팅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합하는게 목표입니다.

컴퓨터는 20여년전부터 쓰이기 시작했으나 통신은 이제 시작입니다.

필요에 따라 컴퓨터도 될 수 있고 통신장비가 되는 것, 그런 것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건 컴퓨터혁명을 의미하는 건데요.

여러가지 아이디어는 있습니다.

보다 앞선 기술로 기술흐름을 선도하는 것, 그런게 꿈입니다"

-벤처창업를 꿈꾸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열번찍어 안넘어 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이 꼭
맞는 말입니다.

체험이 중요하죠.

자기 자신의 스토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사실 비즈니스스쿨을 나와서 성공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물론 기초는 쌓이겠지만 직접 뛰어야 경쟁력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새롭게, 남들이 생각해 내지 못한 것을 해야겠지요.

빌 게이츠나 앤디 그로브처럼 성공한 사람들은 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갖고
있습니다"

잠수함의 가장 큰 장점은 남한테 안보인다는 것입니다.

"유리"를 처음 세울 적에 아무도 모르게 했습니다.

< 정리 = 손희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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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훈 그는 누구인가 ]

미국 유리시스템즈 김종훈 회장.

만 37세.

지난해 미국 비즈니스위크지(5월26일자) 표지인물로 등장한 사람이다.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97년도 초고속성장 1백대 벤처기업중 1위에 오른
것이다.

그는 중학교 2학년에 다니던 지난75년 부친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간
"코리안 아메리칸"이다.

고교시절엔 공부와 경제적 독립을 함께 해결해야 했다.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세븐일레븐 등에서 풀타임으로 일했다고 한다.

그런 "뚝심"으로 그는 한한기 일찍 졸업하면서 존스홉킨스대학에 장학생
으로 들어갔다.

3년만에 마친 대학을 마치고 해군 핵추진장교후보생(NUPOC)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해군에 입대해선 하루18시간씩 "악착같이" 공부해 핵잠수함 승선장교가
됐다.

김 회장이 창업한 것은 92년 2월6일.

당시 그는 5년안에 기업을 공개해 2천만달러이상을 번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리시스템즈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것은 지난해 2월5일.

창업한지 꼭 5년만이었다.

초고속교환기(ATM)을 만드는 이 회사는 최근 3년간 매년 매출액 3백85%,
당기순이익 4백10%의 초고속성장을 거듭했다.

현재 유리시스템즈의 주가는 28달러선.

전체 발행주식수가 2천4백60만주이고 이중 김 회장 지분은 약 56%인
1천3백70만주.

그의 재산이 어림잡아 3억8천만달러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유리"에서 또하나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사진.

13명의 이사중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짐 울시 전 CIA국장 등 쟁쟁한
인물들이 포진해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