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이 중구난방식으로 쏟아지고 있다.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은채 한정된 재원을 고려하지 않은 설익은 정책들이
양산되고 있다.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은 물론 경제전문가들조차 정책방향을 읽지 못해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실업대책과 경제구조조정정책간에 우선순위가 명확치 않다는게 대표적인
사례다.

김대중대통령은 "실업내각"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실업대책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이규성 재정경제부장관은 그러나 6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지난달초
발표한 7조9천억원 규모의 실업대책을 추진한뒤 추이를 보겠다"며 획기적인
실업대책은 없음을 내비쳤다.

실업대책의 내용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거나 추가 실업을 최소화하기 위한 중소기업지원 등엔
인색한채 사회보장성 자금지원에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업대책에 정책의 무게가 실리면서 행정개혁이나 금융기관구조조정은
우선순위가 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경태 산업연구원 부원장은 "IMF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며 "그 과정에서 실업과 경기위축을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우선순위가 달라지는 것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위해 대대적인 인원감축이 불가피한 시점에서 실업을
줄이기 위해 인턴(수습)사원을 대거 채용해 달라는 정부 요청을 받는 모순된
상황에 처해 있다.

구조조정정책 자체도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세진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조조정을 위한 각론이 제각각인데다
현실성이 없어 혼란스럽다"며 "대기업부채비율 2백% 조기감축같은 주요
정책도 기업에 전달되는 과정에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만사제치고 정책이 어디로 가느냐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주요 정책을 걸러야 할 경제대책조정회의는 각 부처가
설익은 정책을 보고하는 자리에 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개혁도 어수선한 말뿐이다.

재경부와 갓 태어난 금융감독위원회간에 깔끔한 업무분장 없이 제각기
금융산업 구조개편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금융기관들만 혼란을 겪고 있다.

박재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구조개편을 위해 대대적인 증자
지원이나 부실채권정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필요한 재원을
제대로 연구해 봤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기영 삼성금융연구소장도 "IMF체제라는 미증유의 실험에 정교하게 대처
하는 노력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내부토론회에서도 이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소관부처별로 독자적인 정책을 수립하기보다는 우선순위를 체계적으로
설정한 종합 청사진이 필요하다. 금융기관이나 기업 근로자 국내외투자자들
에게 명확한 신호를 보내야만 시행착오를 최소화할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총소요자금이나 전체적인 예산제약 등을 추산한 다음 실업대책 부실채권정리
은행출자 등 부문별로 자금투입규모를 결정해야 한다"는게 공통된 지적이다.

< 고광철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8일자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