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와 새정치국민회의 정보통신특별위원회가 공동주최한
미래학자 앨빈 트플러 박사의 대강연회가 2일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국민의 정부 출범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의 경제 및 정보산업의 미래"란
주제로 열린 이날 강연회는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계 재계 학계인사
4백50여명이 참석, 성황을 이뤘다.

토플러 박사는 이날 한국정부가 정보화사회에 걸맞는 전략을 짜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도 현재의 금융위기를 넘어 미래 정보화사회를 대비하는 구조
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특히 인터넷 등을 통한 고객(소비자)맞춤시대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연내용은 간추린 것이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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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일반대중들은 실업문제 등으로 불안해 하고 있다.

태국 말레이시아 일본 등 많은 아시아국가들이 겪고 있는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자동차공장에 근무하면서 실업을 경험한 입장이다.

실업사태를 추상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곤란하다.

현재의 위기에 얽매이는 것보다 장래를 보아야 한다.

당장의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의 근본적 실물경제요소는 그
자리에 있다.

기술 및 교육수준이 높은 실정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한국정부의 위기대응전략이 수정돼야 한다.

대기업주도의 옛날식 전략으로는 안된다.

산업사회를 뛰어넘는 정보화사회로 가려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전략을 짜야
한다.

제2의 물결인 산업화단계에선 "큰 것이 아름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량생산 대량소비 등 대규모를 추구하고 제품이 표준화되는 특징을 지녔다.

관료주의가 산업화의 근간이었다.

그러는 사이 값싼 노동력이 아니라 사고의 힘에 의존하는 새로운
경제체제가 등장했다.

컴퓨터나 정보통신에 의존하는 사회다.

미국에선 이같은 변화의 조짐이 지난 50년대에 나타났다.

지난 57년 미국의 서비스업 종사자수가 처음으로 공장근로자수를 앞질었다.

지식에 기초를 둔 경제에 대한 인식이 있었던 셈이다.

그 이후 정보화혁명이 가속화되면서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현재 미국에선 1억대 이상의 개인용컴퓨터(PC)가 보급돼 있으며 4천만명
정도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소호(SOHO)족도 등장했다.

산업화 이전에 가내수공업체제에서 산업화로 공장으로 나갔던 것이 이제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통신수단에 의존해 근무하는 형태로 노동의 성격이 바뀐 것이다.

말레이시아에선 멀티미디어 유토피아를 세우려 하고 있다.

사이버법률을 만들어 2000년까지 전자정부를 세워 모든 국민들이
스마트카드로 살아가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교육도 스마트대학(가상대학)쪽으로 가고 있다.

또 브라질에선 아마존정글 한가운데서 하이테크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처럼 각국은 저부가가치구조에서 고부가가치경제로 전환하고 있다.

서로 다른 문화를 흡수하고 통합해 가는 추세다.

한국도 다른 문화를 취합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할 것이다.

이러한 것은 모두 발전된 통신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인터넷인구도 폭증해 2001년까지 3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물교환시대 이후의 최대 변화이다.

그 결과 전자상거래의 비중도 커질 것이다.

통신과 정보기술이 발전하면서 정보집약적 사회로 넘어가고 있다.

기술변화가 사회를 바꾸고 나아가선 경제구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정보집약사회에 맞는 뛰어난 대응체제를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

한국의 기업에서는 지금 고통스런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단지 IMF체제에서 위기를 극복하려는 수단으로 생각
해서는 안된다.

ABB AT&T IBM 등 세계적인 기업들도 현재 리스트럭처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세계에 일고있는 혁명적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다.

한국 기업역시 21세기를 앞두고 사고의 틀을 바꿔야 한다.

이는 IMF와는 전혀 다른 문제다.

당장의 위기를 넘기는 데 급급해 변화의 흐름을 놓쳐서는 안된다.

한국은 지금 통화위기라는 단기적인 과제를 해결하는 한편 내일을 겨냥한
구조조정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거센 변화의 물결을 정확히 인식한후 이에대한 전략을 마련할 때다.

21세기 경제의 틀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우선 자본(capital)의 개념부터 바뀔 것이다.

과거 농업사회에서는 땅을 가진자가 권력을 행사했다.

자본주의 사회로 나아가면서 주식이 자본의 근간으로 대두됐다.

주식은 그 기업의 물리적인 자산의 소유권을 상징한다.

하지만 21세기에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가치들이 자본으로 등장하게
된다.

바로 지식이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주가는 기세등등하게 치솟고 있다.

투자가들은 MS가 지니고 있는 지식과 정보의 힘을 주목하고 있다.

이 21세기형 자본은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고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희소한 자원을 분배"한다는 경제학의 근간을 뿌리째 뒤흔드는 것이다.

독일의 SAP나 미국의 MS 인텔 등의 주가가 승승장구하는 것은 투자가들이
이미 무형자산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새로운 자본이 주도하는 "뉴 이코노미"가 도래했다는 의미다.

이젠 지식가치를 계량화하고 자산평가방법이나 회계처리 방식도 새롭게
정비해야 할 때다.

또 고도로 복잡해질 지불체계에도 발빠르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신경제의 또다른 핵심은 "대량 맞춤생산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는 사실
이다.

정보통신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재고를 최소화하고 소비자의 입맞에
딱 맞춘 상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컴퓨터 의류 등 일부 업종에서 시작된 맞춤생산 방식은 서서히 산업 전면에
걸쳐 퍼져 나가고 있다.

대량생산시대의 마감은 한국에도 커다란 도전이 된다.

안그래도 중국 동남아 국가들이 한국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기업들도 이제 고객 맞춤 서비스로 방향을 전환할 시점에 이르렀다.

소비자들의 개성과 취향을 반영하는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다양한 서비스를 바탕으로 새로운 경쟁력을 갖춰야만 21세기 글로벌 경제권
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이다.

실제로 2천여개에 달하는 미국의 투자회사(mutual funds)가 주문생산방식
이다.

수백만명의 개별투자가나 기업고객들의 요구에 맞게 재산증식을 해준다.

이에따라 미국의 투자회사는 은행업의 새로운 추세로 확산되고 있다.

과거처럼 패키지 상품이 아니라 고객요구에 맞게 금융상품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기업도 패키지화를 지양하고 고객주문에 맞춰 상품을 만들어야할
것이다.

고객맞춤시대에는 시장구조도 변화한다.

지난 60년 "미래쇼크"를 저술할 당시 마케팅전문가들을 만나 "각종시장이
고객에 따라 니치마킷으로 분화될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이제 시장은 전형적인 시장에서 1대 1 마케팅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는 컴퓨터용량이 커짐에따라 가능하게 된다.

기업이 소비자의 기호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1대 1로 공략할 수 있는
시대다.

광고방식도 매스애드버타이징에서 1명 또는 1가구에 대한 광고로 바뀔
것이다.

결국 생산 시장 서비스 커뮤니케이션 등 모든 분야에서 탈대량화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소비자와 컴퓨터로 연결되지 않은 기업은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또 전자거래가 서류거래보다 비중이 높아질 것이다.

전자거래는 은행 도매업 관광 오락 광고 등을 구조조정시킨다.

IMF 때문이 아니라 전세계경제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에 구조조정
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 모든것은 초일류 인프라를 갖춰야 가능하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한국기업들은 서로 이익이 되는 미국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야 한다.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다면 더 큰 위험이 초래된다.

경제회복이 아닌 도약과 전환을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할
것이다.

마냥 희생과 고통을 감수하는게 아니라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의 발전을 기원한다.

< 정리=최명수.김혜수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