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의 후속조치로 정부산하기관에 대한 구조조정작업이 본격화
되고 있다.

정부는 금명간 대통령직속 기획예산위원회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실을
중심으로 정부투자기업 및 산하기관에 대한 경영혁신 진단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진단결과를 토대로 정부산하기관에 대한 개혁방안을 4월말까지
마련하고 공기업 민영화 및 매각방안은 오는 6월말까지 확정한다는 것이
정부의 의지이다.

때마침 지난 1일 감사원이 밝힌 정부투자기관의 방만한 경영실태는 왜
대대적인 개혁이 시급한지를 잘 설명해준다.

한국산업은행 등 18개 기관은 93~96년 4년간 임금을 정부투자기관 예산
편성지침에 의한 기준인상률보다 최고 46%나 더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기관은 시간외수당 등을 급여성 인건비로 지급했는가 하면 특수업무
수당을 일반업무담당자에게도 지급하는 등의 변칙적인 임금인상수법을
동원했다.

심지어 체력단련, 결혼기념일 휴가까지 유급화해 유급휴가일수가 민간기업
보다 많고 체력단련비 등을 기준급여에 포함해 퇴직금을 과다 지급해왔다.

한마디로 국민의 혈세를 이런저런 명목을 붙여 엉뚱한 곳에 펑펑 써왔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행정쇄신위원회가 파악한 정부산하기관 및 정부지원단체는 지자체의 산하
기관을 제외하고도 총 5백52개나 되고 예산규모는 1백43조원, 종사인원은
39만명에 달한다고 하니 이들 기관의 방만한 조직과 운영을 그대로 둔채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구현한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무분별한 조직확대와 낙하산 인사, 비효율적인 중복업무와 인력과잉 등
정부산하기관의 고질적 병폐들은 새삼 열거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이제 새정부가 이러한 병소를 도려내겠다고 팔을 걷고 나선 이상,
과감하고도 신속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주요 국영기업체의 사장을 공모를 통해 유능한 민간기업인
중에서 발탁한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구상은 앞으로 진행될 대대적인 개편
작업의 방향을 시사해준다.

정부는 하루빨리 "정부산하기관 관리기본법"을 제정, 설립취지가
유사하거나 기능이 중복되는 기관은 통폐합하고 민간이양이 가능한 분야는
민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새정부가 밝힌 공기업의 해외매각방침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사기업의 해외매각은 외환위기를 겪는 나라들이 예외없이
추진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공기업과 민간기업간에 차별을 둘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정부산하기관의 정비나 공기업의 민영화 추진에는 최근의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보았듯이 반발과 장애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루면 미룰수록 화근은 더 커지게 마련이다.

중국이 최대 경제현안인 국유기업의 정리를 위해 5천만명의 신규 실업
발생을 각오하고 있듯이 우리도 어느정도의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이번
기회에 밀린 숙제를 해결한다는 다부진 각오로 나서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