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분기중 오는 6-9월치 인도분을 다 수주했어야 하는데 실적이
없어 고민입니다"(대우중공업 한강수 자동화영업부장)

자동화기계 내수시장이 심각하다.

수요가 거의 없다.

로봇의 수요가 가장 많은 데는 자동차회사의 협력업체들이다.

그러나 자동차 내수가 50%가량 줄었다.

재고가 쌓이면서 투자를 안한다.

협력업체들의 로봇수요가 말랐다는 얘기다.

다른 자동화설비 수요처들도 마찬가지다.

투자를 관망하거나 포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자동차의 신차개발이나 시설개체 등과 관련한 수요를
빼고는 일반 자동화기계 수요가 거의 없다.

로봇의 경우 지난해 6백대를 팔아 6백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 1.4분기중 내수쪽 신규수주는 거의 "제로"다.

올해는 얼마나 팔 수 있을지 가늠도 못하는 형편이다.

LG산전은 최근 무인운반차 등을 생산하던 물류자동화부문에서 철수했다.

적자가 누적되고 IMF이후 설비투자가 얼어붙자 아예 사업을 포기한 것이다.

이 회사는 로봇 등 다른 자동화부문은 플랜트사업그룹내에 축소편입시켰다.

자동화부문에서 지난해 1천4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삼성항공도 올해는
15%이상 매출이 줄 것으로 내다보고있다.

자동창고, 배송센터나 물류센터용 설비, 용접 도장 가공등 공장내
자동화설비, 컨베이어 무인운반차 등 반송설비, 공정제어시스템,
정보관리시스템 등 어느 부문도 만만한 곳이 없다.

설비투자 동결외에 자동화업계의 숨통을 죄는데는 2백만의 실업자가
예상되는 실업대란도 한몫 거들고 있다.

구조조정 와중에서 남아도는 인력이 자동화기계를 대체하고 있다.

"기업들은 당장 있는 인력을 잘라낼 판이라 자동화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돈도 없구요"(현대중공업 이인옥 로봇영업부장)

예년같으면 당연히 "오케이"할 자동화투자도 보류하거나 포기하고 있다.

자동화설비에 수십, 수백억원을 투자하기보다는 효율이 낮아 불편해도
기존의 기계로 일을 하는 분위기다.

공장가동률이 40-50%선으로 떨어져 설비가 남아도는 판이라 어찌보면
당연하다.

게다가 임금마저 떨어지자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공작기계가 60-70%의 내수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다면 자동화업계는
"내수제로"의 위기상황이다.

이런 사정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지난달 27-30일 한국종합전시장(KOEX)에서
열린 제9회 한국국제공장자동화종합전에는 예년의 3분의 1수준인 1백10개
업체만 참가했다.

지멘스 마쓰시타 독일보쉬 피닉스컨택트 등 외국회사들이 주류를 이뤘다.

국내대기업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내수시장이 어렵자 자동화업계는 수출에서 활로를 찾고있다.

두산기계의 경우 지난해 5천5백만달러어치를 수출했지만 올해는
8천1백만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렇게 되면 수출비중이 내수보다 높아진다.

다른 자동화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고민은 수출이 생각만큼 빨리 늘어주지 않는다는데 있다.

동남아쪽에 자동화설비를 수출하던 업체들은 동남아경제가 위기에
빠지면서 오히려 수출도 타격을 받고 있다.

자동화업계관계자들은 언제쯤 이같은 상태가 해소될수 있을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 채자영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