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정신열(36)씨는 한달 평균 1백50만원의 급여로
부인과 일곱살난 딸, 세살배기 아들을 부양하는 주위에서 흔히 볼수 있는
평범한 가장이다.

하지만 정씨는 지난해말 살고 있던 전세집(보증금 6천만원)을 밑천으로
한 푼의 추가자금없이 서울시 수색지역에 대지 47평의 3층 가옥을 구입,
꿈을 현실로 만든 장본인이 됐다.

정씨의 성공은 불황기에도 기회를 놓치지 않는 성실함과 부동산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밑거름이 됐다.

정씨가 현재의 집을 부동산중개업자로부터 소개받았을때 그 집은 집주인의
무분별한 사채놀이로 인해 가압류 2건에 3천만원이 설정돼 있었다.

또 추가적으로 약 2천만원 상당의 가압류가 붙을 예정이어서 살고 있던
세입자들도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었다.

사면초가에 몰린 집주인은 주택을 헐값에 급매로 내놓았으나 자연히
일반인들은 매입을 꺼렸다.

정씨는 매물이 너무 싸 놓치는 것이 아까워 부동산컨설팅업체인
한국부동산컨설팅(02-393-8888)에 권리분석을 의뢰했다.

컨설팅회사는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는 부동산일수록 더 싼값에 구입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가압류만 푼다면 거의 헐값에 집을 구입할 수 있는데다 수색지역의 경우
인근의 상암지역에 월드컵 주경기장이 들어서면 광역상권의 핵심지로 발전해
잠재력도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따라 정씨는 컨설팅회사의 도움을 얻어 다음날 급히 현금을 준비해
집주인과 계약을 맺었다.

물론 집주인이 잔금지급 이전에 설정된 가압류금액 3천만원을 해제하면
은행융자금과 전세보증금은 정씨가 해결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정씨는 중도금을 지급하기 하루 전에 등기서류를 떼 가압류가 해제된 것을
확인한뒤 집주인과 합의하에 잔금납부와 동시에 이전등기를 마무리했다.

계약내용은 대지면적 47평 연면적 72평(지하 1층 지상 3층)의 주택을
공시지가 수준인 평당 2백74만원, 합계 1억2천9백만원에 매도한다는
것이었다.

자금투여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씨는 자신이 거주할 1층을 제외하고 지하
1층(전세보증금 2천2백만원)과 지상 2층(전세보증금 2천5백만원)의
전세보증금과 은행융자금 3천만원을 그대로 안고 사기로 했다.

결국 취득세 등 각종세금 7백만원을 부담하고도 정씨가 집을 사면서 부담한
총액은 5천9백만원에 불과했다.

물론 이 돈은 살고 있는 전세집을 빼서 충당, 추가부담이 없었다.

현재 정씨는 평당 2백74만원에 구입했던 주택이 평당 4백만원을 호가하고
있는데다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공사중인 지하철 6호선 수색역이 완공되면 인근에 있는 국철 수색역이
환승역을 형성,집값은 더욱 올라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IMF한파가 몰아치는 불황기에는 내집마련이 꿈도 꾸지 못할
"꿈"에 그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역설적이지만 불황기일수록 기회의 문은 더 넓게 열려져 있는
법이다.

< 김태철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