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주재로 27일 열린 "제1차 무역 투자진흥대책회의"는 지난
86년이후 열리지 않았던 "무역진흥확대회의"가 12년만에 부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위기가 그렇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씁쓰레한 기분도 없지않다.

그러나 수출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하고많은 대통령주재회의가 있는데
수출관련회의가 없었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이상하고 잘못된 일이었다고
보는 것이옳다.

바로 그런 점에서 이번 대책회의는 우선 그것이 열렸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수출과 외국인투자를 늘리는 것 이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산업자원부의 표현대로 "무역하기 투자하기 기업하기 좋은 나라"
"수출기업인과 외국인투자가가 우대받는 나라"가 돼야 수출이 늘고
외국인투자가 몰릴 것도 또한 분명하다.

IMF사태이후 환율이 다락같이 오르고 임금도 내렸지만 수출은 결코
만족할만한 정도가 못된다.

작년 12월중에는 전년동기보다 2%, 지난 1월에는 0%의 증가율을 나타낸데
그쳤고 2월에는 21%늘었지만 이는 금모으기운동이라는 특수요인에 힘입은
결과일 뿐이다.

가격경쟁력이 높아졌는데도 수출실적이 이런 수준에 그치고 있는 까닭은
너무도 분명하다.

자금난 원자재확보의 어려움 중장기 수출환어음매입기피 높은 외환수수료
등이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대책회의에서 DA등 무신용장방식의 수출환어음을 은행에서 매입하도록
하기위해 10억달러를 지원키로 한 것등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수출을 뒷받침하기 위한 금융부문의 지원은 여전히 미흡하다.

산업자원부가 요구한 30대그룹에 대한 무역금융 재개도 재경부의 반대로
유보됐다.

외환관련수수료는 공정거래위가 담합여부를 조사하는등으로 다소 낮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국제수준을 웃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환전수수료율 2~3%를 적용받고 있어 대만(0.4%)등
경쟁국과는 비교할수 없을 정도다.

수출의 50%이상을 점하는 종합상사의 경우 본 지사간 DA거래가 막혀 일단
물건을 해외로 실어내고 현지에서 스톡세일을 벌이는 형태의 수출이 거의
중단상태다.

그 비중이 적지않았던 이런 형태의 수출은 중소기업제품이 주종이었기
때문에 그 파장은 종합상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외국인투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원스톱 서비스등 구호는 요란하지만 외국인투자가들의 불만은 줄어들지않고
있다.

투자여건이 동남아보다도 나쁘다는 얘기는 주한외국인투자가들의 일반적인
인식이고 또 그것이 외국언론에 비쳐져 신규투자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좀더 알맹이있는 수출 외국인투자 지원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주재회의가 "행사"에 그쳐서는 안된다.

업계의 고층이 정책에 반영되는 그런 자리가 돼야한다.

확대회의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바로 그런점에서 첫 회의에서 나온 현장의
소리가 어떻게 다뤄지는지 더 두고봐야 가능할 것 같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