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기아자동차 인수를 추진하고 나선 가운데 산업연구원(KIET)이
최근 현대측 주장과 비슷한 보고서를 내놓은 것으로 밝혀져 관심.

산업연구원은 "한.일 기업비교에서 나타난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 방향"
이란 보고서에서 "자동차 산업은 규모의 경제실현이 중요하며 한국 업계도
구조조정을 통해 대형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자동차산업의 급속한 환경변화를 감안하면 국내 최대기업인
현대자동차의 연간 1백30만대 생산규모로도 수익을 남기기 힘든 상황이 될
것"이라며 "전차종을 생산하는 종합 양산업체 수를 줄이되 개별기업 규모는
확대해야 할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재 종합양산업체 중에서 생산규모 확대가 불가능한 업체는 다른
국내외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몇몇 차종의 생산을 포기하거나
최소한 개발부문 등을 외부에 의존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경제성 확보에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의 논지는 상당부분 현대그룹이 기아자동차 인수를 위해 작성한
"한국 자동차산업의 발전방향" 보고서와 맥을 같이해 주목된다.

그러나 삼성그룹을 비롯한 업계와 학계의 일부 관계자는 "독일의 벤츠와
BMW 등은 연간 1백만대에도 못미치는 생산규모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규모 확대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KIET 조철 연구원은 "현대의 기아자동차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작성된 것은 아니며 자체적으로 향후 국내 자동차산업의 진로에 관한
의견을 제시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유병연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