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완연히 봄이 온 것을 느낄수 있는 것 같다.

출근길에 지나는 올림픽 대로변에 서 있는 버드나무가지에는 새 잎이 나기
시작하였고 TV뉴스에도 활짝 핀 개나리꽃이 생기롭게 비쳐지고 있다.

또 신문에는 다음달에 있을 제주도의 유채꽃 축제 광고가 나오고 있다.

내 사무실의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에서도 겨울과 다른 봄빛특유의
따스함을 느낄수 있다.

금년에 봄이 온 것이 확연히 느껴지는 것은 지난 겨울이 너무 추웠기 때문
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경제생각만 하면 잠시 포근하게 느꼈던 봄냄새가 언제 그랬냐는듯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그야말로 살인적인 고금리, 또 실무부서에서 올라오는 각종 애로사항을
듣다보면 봄이 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얼어 들어가는 듯한 오싹함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야말로 옛날 분들이 즐겨쓰던 "봄은 왔으나 봄 길지 않다(춘래불이춘)"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렇다고 봄은 왔으나 봄을 생각하지 않는(춘래불사춘)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태도는 그리 건강한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현실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며
용기를 가지고 밝은 장래에 대한 대비를 하나씩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현실이 어렵다하여 마냥 웅크리고만 있으며 그나마 앞날에 대한
희망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나부터도 너무 위축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당장 오늘 저녁에 퇴근을 하면 집사람에게 내가 어릴때부터 좋아하던
아욱국에 원추리 무침에 참나물과 돗나물무침까지 해 달래서 봄이 온 것으로
만끽하며 지난 겨울의 찌꺼기를 말끔히 떨쳐 내야겠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