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몽마르트에 댄스홀 "물랭루즈"가 문을 연 것은 1905년의 일이다.

그무렵 물랭루즈무대에는 마타 하리(본명 M G 젤러)는 미모의 스트립댄서가
혜성처럼 나타나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물랭루즈"의 인기를 몰아 파리 상류사회에 진출한 마타 하리는 세계
제1차대전때 독일의 스파이로 변신했다.

연합국측의 큼직한 군사기밀은 그에 의해 독일에 그대로 전해졌다.

1917년 프랑스 당국에 이 사실이 탐지되자 그는 스페인으로 탈출했다.

그러나 독일첩보기관의 지령으로 다시 프랑스에 들어왔다가 체포돼
총살당했다.

독일측에 배신당한 꼴이다.

그뒤부터 마타 하리는 미모의 국제적인 여성스파이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렸다.

"마타 하리"는 본래 "새벽의 눈동자"라는 뜻을 지닌 말이라고 한다.

지난 94년에는 85년부터 CIA에서 소련및 러시아를 상대로한 이중첩자활동을
총지휘했던 올드리치 에임스 부부가 정보를 판 돈으로 지나치게 사치스런
생활을 하다가 걸려들어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 사건은 제임스 울시 CIA국장이 물러났을 정도로 그 여파가 컸다.

최근에는 대만의 고위정보요원들이 국방기밀을 중국에 팔아넘겨 체포됐다는
외신도 전해지고 중국의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다가 중국의 국가안전부에
포섭돼 미국에 거짓으로 망명했던 빈 우라는 인물이 미국의 FBI에 다시
포섭돼 중국 국가안전부의 모든 기밀을 털어놨다는 사실도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냉전체제가 종식된지가 오래지만 첩보전의 열기는 아직 식을 줄 모르는것
같다.

과거의 정치.군사에서 경제.과학기술로 바뀌었을 뿐 "보이지 않는 전쟁"은
오히려 더 가열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금 "북풍"파문이 일면서 "흑금성"이라는 이름의 남.북을
무상으로 왕래한공작원의정체에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새벽의 눈동자"든 "흑금성"이든 이름은 아름답지만 공작원이나 정보원의
말로는 비참하다.

"쓰고 나면 버리는 카드"같은 것이 공작원의 운명이다.

적도 없고 동지도 없는 냉혹한 것이 첩보세계의 철학인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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