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97 국민계정(잠정)"은 상처투성이인 우리경제를
잘 보여준다.

<>아르헨티나 밑으로 추락하는 국민소득수준=지난해 1인당 GNP는 연평균
환율이 96년 8백4.8원에서 9백51.1원으로 18.2% 올라 8.6% 감소했다.

95~96년 2년연속 1만달러를 웃돌던 1인당 GNP가 환율급등으로 1만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55년 60년 80년에 후퇴한 기록이 있지만 그 폭은 이처럼 크지 않았다.

사실상 6.25이후 가장 큰폭으로 소득이 줄었다는 지적이다.

이런 1인당 GNP 하락은 올해 더 극심할 듯하다.

한국은행측은 환율을 1천4백원대, 성장률을 0%정도로 보고 추산하면
7천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정부도 그렇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과장이 아님을
강조했다.

한국보다 국민소득이 낮은 나라는 아르헨티나 8천8백85달러, 푸에르토리코
8천5백88달러, 슬로베니아 7천7백58달러, 바베이도스 7천5백42달러,
사우디아라비아 7천3백57달러, 바레인 7천2백91달러 등이다.

한국은행 추산이 맞아떨어지면 올해말쯤 한국은 아르헨티나 한참 밑으로
주저앉는다는 얘기다.

물론 한국사람들이 느끼는 구매력차이는 국내시장보다 국제시장에서 더
클 것이다.

지난해 1인당 GNP는 대만이 1만3천4백67달러, 일본이 3만3천6백65달러에
달하므로 상대적 빈곤감도 더 클수밖에 없다.

<>환율 탓인가=환율급등이 결정적인 것은 사실이다.

외환위기전부터 그런 조짐은 나타났다.

설비투자증가율은 97년 1.4분기들어 마이너스를 기록한뒤 점차 그 폭이
커졌다.

4.4분기에는 28.2%에 달했다.

내수도 부진했다.

전년 평균 6.8%를 기록했던 민간소비증가율은 97년들어 4%대로 떨어졌다.

외환위기가 불어닥친 4.4분기에는 80년 3.4분기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1%를 기록했다.

소비와 설비투자위축.이 두가지가 우리 경제성장률을 전년의 7.1%에서
5.5%로 떨어뜨렸고 올해 마이너스 성장까지 점치게 하는 주요요인이다.

<>성장세 꺾인 산업들=주요업종 성장세가 모두 둔화됐다.

지난해 산업별 성장은 제조업이 6.2%(전년 7.4%), 건설업 2.8%(6.6%),
서비스업 6.5%(7.9%), 농림어업 2.5%(4.0%), 전기 가스 수도 10.7%(12.3%)
등으로 모두 둔화폭이 크다.

특히 건설업은 6.6%에서 2.8%로 크게 둔화됐다.

민간건설의 경우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건설이 활발했음에도 비주거용건물과
아파트 등 주거용건물건설이 크게 줄어 전체로는 0.2% 증가에 그쳤다.

다만 운수 창고업은 수상운수가 수출상품및 3국간 화물수송이 증가하고
쌀 등 농산물보관량이 늘면서 크게 성장했다.

통신업도 이동통신부문이 계속 큰폭으로 늘면서 국제전화및 시외전화
이용도 늘어 23.4%의 높은 신장세를 기록했다.

< 허귀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