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스를 통한 외상수입 만기가 속속 돌아오면서 기업들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특히 중소 수입전문상들은 폐업으로까지 연결되고 있다.

이에따라 원부자재 수급도 차질을 빚고 있다.

자금난의 주인은 IMF사태로 인한 원화환율 급등이다.

대부분의 계약을 달러로 맺은 국내 수입업체들은 환율이 오른 만큼 자금을
추가로 부담할 수밖에 없다.

수입업체들의 유전스기간은 90-1백80일 정도다.

자본재나 수출용 원부자재 등의 수입은 1백80일짜리 유전스로 이뤄진다.

지난해 8월부터 IMF사태가 터진 11월중순까지 유전스 LC(신용장)방식으로
자본재 및 수출용원부자재 등을 들여 왔으면 막대한 환차손을 보게 된다.

한국은행의 집계에 따르면 작년 9월 한달동안 우리나라 1백14개 외국환은행
이 발행한 수입LC규모는 총 1백6억5천만달러였다.

이중 대략 40%가량이 유전스형태이다.

나머지는 현금결제(일람불,At Sight)방식이거나 기타수입방식이다.

전체 유전스방식중 절반정도가 6개월짜리라고 보면 지난해 9월중 전체
LC의 20%가량이 3월중 만기를 맞게 된다.

그런데 9월의 평균환율이 9백8원, 최근 환율을 1천6백원 수준으로 잡으면
줄잡아 1조4천억원정도의 환차손을 입은 것으로 미뤄 계산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까지 월평균환율이 1천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피해는
두달이상 지속되게 된다.

만기도래와 환차손부담이 겹치면서 수입업을 포기하고 도산하는 업체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에서 완구, 식기류 등을 수입 판매해온 케이씨인터내쇼날사는 최근
회사문을 닫았다.

IMF사태 직전인 11월 중순께 15만달러상당의 제품을 중국에서 들여왔다.

대금은 관행대로 3달후에 결제키로 했다.

그러나 이 기간중 환율은 1천10원대에서 1천6백원대로 뛰어올랐다.

계약 당시만 해도 결제금액은 1억5천만원어치였다.

그런데 막상 결제일인 지난 2월 중순에 보니 결제해야 할 돈이 2억4천만원
으로 불어났다.

앉아서 9천만원이상을 추가부담해야 했다.

도산이 불가피했다.

케이앤에스무역(인천) 주연인터내쇼날(부산) 등도 비슷한 이유로 수입업무
를 포기했다.

만기도래와 환차손에 따른 부담 외에 수입업체들이 겪는 또다른 어려움은
외상수입 자체가 막혀 버린데 있다.

은행들이 수입LC개설을 중단해서다.

공장을 돌리기 위해선 현금으로 원부자재를 들여와야 한다.

그만큼 다시 자금부담을 져야 한다.

가뜩이나 고금리로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데 말이다.

일본과 스위스에서 핵심소재를 수입해 전자부품을 만드는 부천의 D사는
수출이 수입비중보다 높다.

그러나 3월초 수입부품대금을 결제하면서 2억원정도의 환차손을 입었다.

수출에 따른 환차익을 감안하면 크게 손해볼 것도 없었다.

그러나 외상수입이 끊겨 당장 현금으로 LC를 개설할 상황에서 자금경색이
불가피했다.

연간 30억원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회사로서 4,5억원정도의 추가 자금부담은
자칫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회사관계자는 설명했다.

수입업체의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수입업 자체를 포기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소비재와 내수용 원자재수입업체들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무역협회가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말까지 실시한 무역업신고갱신기간중
무역업을 포기한 업체는 1만4천여개사에 달했다.

이는 갱신대상업체 3만6천5백여개사의 38.3%에 해당한다.

올들어 수출을 위해 무역업신고를 하는 업체가 한달평균 1천3백여개사에
달하는 것과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중소수입상뿐 아니다.

종합상사 등 대기업도 IMF를 전후해 계약을 맺은 수입대금결제로 적지않은
자금난을 겪고 있다.

특히 합판, 곡물, 수산물 등을 재고판매(Stock Sale)해온 일부 종합상사들
의 피해는 더욱 컸다.

최근들어 종합상사들이 수입업무를 중단하다시피 한것도 바로 이런 이유
에서다.

신원식 무역협회 상무는 "수입과정에서 빚어진 기업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조달청이 비축한 기초원자재를 과감하게 풀고 은행들이 수출용
원부자재를 수입하는 기업에 우선적으로 LC를 개설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익원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