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은 호황기에..."

경영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말이다.

국내기업들처럼 불황에 밀려서 어쩔수 없이 하는 다운사이징은 진정한
의미의 구조조정이 아니라는 뜻이다.

장사가 잘될때 불황에 대비하는게 진짜 경쟁력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바이엘 코리아는 이런 원칙을 증명하는 기업이다.

바이엘 코리아가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은 지난 96년.

국내경제가 7%이상의 고성장 가도를 달릴 때다.

그러나 한국특유의 연공서열때문에 바이엘 코리아는 효율성이 낮아지고
있었다.

바이엘 코리아는 "효율성 없이는 우량기업이 될수 없다"(신영무 인사담당
전무)는 판단에서 슬림화에 착수했다.

가장 고전하고 있던 의약품 사업부가 구조조정의 우선 대상이었다.

이때 잘라낸 인원은 전체의 25%.

특히 세일즈맨의 경우 40%의 대폭감원이 이뤄졌다.

당시 한국 제약업계에서는 영업팀장이 수주카드를 들고 발로 뛰어다니면
창피한 것으로 여겨지던 풍토였다.

그러다보니 사무실에 앉아 지시하는 지역팀장, 대리감독자 등 보고체계가
층층이었다.

바이엘코리아는 이런관행을 과감히 깨고 영업맨들을 모두 현장으로
내보냈다.

강도높은 교육과 함께 영업맨들의 손에 핸드폰과 컴퓨터도 쥐어줬다.

구조조정의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인원을 40%나 줄였는데도 판매는 급상승했다.

감원 첫해인 96년, 판매가 18%나 증가했다.

구조조정이 마무리된게 그해 6월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반년만에 엄청난
효율을 이뤄낸것이다.

그 이듬해인 97년에는 증가율이 23%로 더 가파라졌다.

곧이어 착수한게 고임거품빼기.

연공서열때문에 오래있기만 하면 호봉이 올라가는게 고임의 주요원인이라는
게 바이엘의 판단이었다.

그래서 도입한게 "직급제도"였다.

각각 맡고 있는 "일의 크기"를 잰 뒤 직급을 정하는것이다.

예컨데 청소원과 인사부장의 일은 엄연히 무게나 크기가 다르다.

회사에 대한 기여도도 같지 않다.

청소원으로 20년을 재직했다고 사장만큼월급을 받을수는 없다는 얘기다.

호봉제를 폐지하고 직급제도를 "돈"과 연결시킨 것은 그 이듬해인
97년이었다.

능력급제를 도입하되 한국적 정서를 고려해 점진적으로 진행시킨 것이다.

요즘 바이엘 코리아 직원들은 사기가 충만해 있다.

지금같은 불황기에도 "감원 감봉의 무풍지대"로 남아있는 몇 안되는
한국기업이기 때문이다.

<노혜령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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