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은행장 유임문제가 재론되고 있다.

간단히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권에 이어 재정경제부 장관 금감위원장 등도 이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왜 뒤늦게 이를 문제시하는 것일까.

사전에 조정할수는 없었을까.

재경부-한국은행-은행감독원 라인은 은행주총전어떤 입장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은행감독원 관계자는 11일 "우리는 새정부 의중을 확인해 대처하려 했으나
임창열 당시 부총리가 그러지 말라고 해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2월 중순 대강 집계된 경영실적을 토대로 경영진개편을
포함한 경영개선조치를 부실은행들에 요구하는 안건을 금통위에 상정하려
했다"며 "그러나 임부총리가 반대해 이 계획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자회사를 포함한 결산은 2월20일에나 끝나기 때문에
"부실"기준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기준 미달여부를 정확히
가릴수 없는 19일 금통위에는 안건을 상정할 수 없다는게 당시 재경원
논리"라고 전했다.

은감원측은 대통령취임일인 25일 오후 김태동 경제수석과 접촉한 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는 후문이다.

관계자는 "김수석과 접촉해 본 결과 임부총리 얘기와는 감이 완전히 달랐다"
며 "임부총리가 그러지 말라고 했다는 얘기도 차마 김수석에게는 밝힐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김수석은 당시 은감원측 인사와 만난 자리에서 부실경영에 책임이 있는
행장들이 물러나는게 시장경제에 합치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손쓸 여유가 없었다.

많은 현직 행장이 이미 후보로 추천됐기 때문이다.

김대중대통령이 "인사불개입" 원칙을 천명한 만큼 크게 문제될게 없다는
생각도 작용했다.

금통위는 은행주총이 시작되는 26일에야 "BIS 자기자본비율 최저기준
미달은행에 대한 경영개선조치 요구"건을 의결했다.

한은및 은감원측은 임 전부총리, 김수석 외에도 새정부의 비중있는 인물들
과도 접촉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인맥결핍"으로 김대통령 측근에 손이 닿지 않았다.

관계자는 "대통령경제고문인 유종근 전북지사도 만나보려 했으나 우리쪽에
연이 있는 사람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허귀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