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일본의 모 회사 중역과 식사를 하는데,그가 "왜 한국의 숟가락이나
젓가락은 금속제인가"라고 물어온 적이 있다.

하기야 동구권의 모든 나라가 김속제가 아닌 나무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젓가락을 쓰고 있으니 이런 질문이 나올 법도하다.

옛날 우리의 왕정사를 보면, 권모술수가 끊임없이 횡행하다보니 재왕의
안위를 염려하여 왕이 드시는 수라상에 독극물의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은수저를 놓았다는 사실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은수저가 서민에게는 흔한 것이 아니어서 그 대신 융기 같은
금속제 수저를 사용했을 것이고,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아마 오늘날
스텐류의 금속제 수저가 널리 쓰이는 것도 여기서 유래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여간 우리나 일본이나 수저를 사용하기는 마찬가지이면서도 우리는 주로
숟가락을 사용하고 일본은 주로 젓가락을 사용하는 식사문화라는 점에서
국민성의 차이를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젓가락을 사용하면 음식을 하나 하나 신경써서 집어 먹게 되고, 건더기가
별로 없는 국물은 그릇을 들어 마신다.

자연히 그릇이나 밥상 주위가 깨끗이 유지되고 어찌보면 완벽(?)을 추구
하는 음식 섭취방법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숟가락을 주로 쓰는 경우에는 건더기가 두루 섞인 국물에 밥을 말고
여기에다 또 김치나 깍두기를 한데 집어 넣어 먹게 된다.

그러니 무엇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는 알 수도 없고 상관하지도 않는다.

일견 대범하고 신속한 식사방법일 수 있으나 밥상 언저리나 입 주위가
지저분하기 쉽고 모든 것이 거칠게 느껴진다.

이러한 비교가 사소해 보일지는 모르지만, 가만히 살펴 보면 그 나라의
국민성이나 일하는 자세에도 그대로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인은 철저히 계획하고 빈틈없이 마무리를 한다.

그러나 한국인은 일을 빨리하지만 마무리가 거칠고 엉성한데가 많다.

일본과 우리의 경쟁력 차이가 여기에서도 드러나는 것이다.

요즘 가소비를 이야기하면서 많이 예를 드는 것중 하나가 바로 "다리가
휘어질 정도의 상차림 문화"인 만큼, "수저문화"도 이러한 맥락에서 재고의
여지가 있을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