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와 국제통화기금(IMF)간의 갈등이 정면대결로 비화되고 있는
가운데 사태추이에 따라서는 동남아 금융위기의 재연은 물론 한국 등
아시아국가들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심각한 경제적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우려된다.

IMF의 지원 없이도 인도네시아 경제를 살릴수 있다고 주장하는 수하르토
대통령은 어제 국민협의회의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임기 5년의 차기
대통령에 공식 선출됨으로써 일곱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최근 IMF가 자금지원 연기조치를 발표하고 미국이 인도네시아주재
대사를 소환하는 등 수하르토정권으로서는 어느때보다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해 6월이후 루피아화 가치는 미달러화에 대해 75%나 폭락했고
물가상승률은 30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금융기관의 신용공여가 중단돼 무역거래는 거의 끊겼으며 외환이
고갈돼 원자재 수입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거리에는 실업자가 쏟아져나와 연일 소요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IMF의 구제금융 2차분 30억달러의 집행이 연기된 가운데 세계은행(IBRD)도
45억달러의 자금지원을 중단할 것으로 보이며 선진국들의 외채만기 연장
거부 및 상환요구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그런데도 수하르토정권은 "국제기구가 금융지원을 빌미로 내정간섭을
하려한다"고 반발하면서 팽창예산을 편성하고 고정환율제 도입을 고집하는
등 IMF의 개혁권고를 계속 외면하고 있다.

물론 수하르토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협상이 이루어질 전망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IMF의 요구를 수용하려면 수하르토 대통령이 족벌이권체제를
포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인도네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경우 아시아 경제위기는 더욱 악화되고
이제 겨우 벼랑끝 위기를 벗어난 한국에도 심대한 타격을 주게 될 것이
분명하다.

사태가 파국으로 끝나기 전에 국제사회의 다각적인 중재노력이 절실히
요청된다.

한국으로서는 파문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하겠다.

경제적으로는 금융기관 및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등 IMF의
요구사항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국제사회에 "한국은 다른 아시아 위기국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인식을 확고하게 심어주어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하루빨리 안정된 정국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인도네시아의 총체적 위기도 따지고 보면 정치불안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볼때 지금 인도네시아와 한국이 겪고있는 정정불안은 비록 성격은 다르지만
경제위기 탈출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자해행위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고
할수 있다.

우리는 이번 인도네시아사태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시장경제체제 확립에
의한 경제안정은 확고한 민주주의에 입각한 정치안정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교훈을 얻지 않으면 안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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