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중국의 진로를 결정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9기 1차회의가
2주간 일정으로 오늘 개막된다.

정기국회에 해당되는 이번 회의가 특히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21세기
중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고 과감한 개혁-개방정책의 뼈대를
세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중국 공산당 제15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당의 골격이 새로
짜여졌다면 이번에는 입법 행정 사법분야의 고위직을 총망라하는 대규모의
인사개편이 있게 된다.

전인대 개막에 앞서 최근 개최된 당중앙위 2차회의는 차기 총리에
주룽지(주용기)현부총리를, 전인대 상무위원장(국회의장)에 리펑(이붕)
현총리를 확정한바 있어 이번 회의에서는 특별한 일이 없는한 앞으로
5년간 중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지도부로
장쩌민(강택민)국가주석-주룽지-리펑의 트리오체제를 공식 출범시키게 된다.

특히 경제전문가인 주룽지는 이미 행정개혁, 국유기업 수술, 금융기구
개편 등 3대 개혁을 3년내에 완수하겠다고 공언해놓고 있어 새체제의
개혁방향이 주목된다.

행정개혁의 경우 기존의 국무원내 40개 부서를 30개 정도로 줄인다는
방침이며 국유기업 수술은 전국 6만8천여개 가운데 우선 5만개를 민영화하고
나머지 가운데서 1천여개를 골라 대그룹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금융개혁은 지역 금융기관이 지방정부의 사유물로 운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성 인민은행 지점을 과감히 통폐합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중국의 새로운 개혁방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회주의 통제체제를
시장경제체제로 전환시키는 것으로 공산당정권 수립이후 최대규모의 혁명적
개혁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후 중국식 사회주의가 한계점에 이르면서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높은 실업률에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등 개발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에서 새 지도부의 강력한 개혁이 성공할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전인대 회의에서 아시아 금융위기에
대해 중국이 어떤 대응책을 내놓느냐 하는 점이다.

이번 회의의 주요 안건 중에는 아시아 금융위기가 중국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한 대책이 포함돼 있어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중국 위앤화의
평가절하 문제가 심도있게 다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중국의 안정된 거시경제 지표로 보아 평가절하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지만 중국 경제의 내면은 외관상의 양호한 거시지표와는
달리 부실한 국유기업, 금융시스템의 낙후, 고실업 등 구조적인 문제점이
많아 수출이 부진할 경우 두고만 볼수 있는 입장은 아니라고 본다.

지금도 중국은 우리의 3대 교역국이지만 급속히 늘어나는 양국간
무역규모로 볼때 한-중 경제관계는 앞으로 더욱 확대 심화될 것이다.

이번 전인대 회의가 채택할 개혁계획이 차질없이 수행돼 양국간에
경제구조의 보완성에 바탕을 둔 경제협력이 촉진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