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영토는 휴전선 이북의 미수복지구를 포함해 압록강 두만강을
경계로 한 러시아 중국과의 국경이 북쪽 끝이다.

또 동.서.남쪽으로는 해안및 섬이 경계가 된다.

그리고 이 영토를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주권을 갖는 영해 영공이 정해져
있다.

이 주권을 국제법상 영토고권이라고 부른다.

그 가운데 영공이란 영토와 영해의 끝에서 상공으로 세운 수직선의 내부
공간을 뜻한다.

한편 한 국가의 영공에 대한 권리는 대기권에 한정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법의식이다.

인공위성이 발사되어 세계각국의 상공을 통과하고 있어도 미국 러시아를
비롯한 어떤 국가도 아직까지 자국의 영공을 침해했다고 항의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엔(UN)이나 우주평화이용회는 상공을 대기권과 외기권으로
구분해 외기권에 대해서는 국가의 영역권에 미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한국분단의 비극은 땅이나 바다뿐만 아니라 하늘까지 두동강이 나게 했다.

그래서 그동안 기러기 두루미등 조류를 제외하고는 북한의 영공을 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제는 닫혔던 북한의 하늘이 활짝 열린 날이었다.

대한항공보잉747(KE258)이 한국전쟁후 처음으로 북한비행정보 구역을
통과했다.

영어를 쓰기로 돼있는 국제관례를 깨고 조종사와 관제사는 우리말로 정겨운
대화도 나누었다고 한다.

지난 96년8월 방콕에서 교섭을 시작해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97년10월27일
뉴델리에서 북한하늘 통과 양해각서에 서명한 날로부터 넉달만에 성사된
쾌거다.

오는 4월23일부터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물론 미국과 동남아시아
항공기들도 북한하늘을 지나갈 수 있게 됐다.

연간 약 2천만달러 어치의 유류가 절약될 것이고 평균 34분의 시간이
단축되며 북한도 최소한 연 2백만달러의 영공통과료를 벌어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고 보면 그동안 북한이 하늘을 닫아 놓고 지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지금 세계의 하늘은 지상 못지 않게 거미줄 같은 항공로로 이어져 있다.

이제 또 하나의 길이 열렸다.

길이란 본래 아무리 소로라 하더라도 그 하나로서만 고립돼 있을 수 없고
다른 길과 연결되게 마련이다.

"원하면 길이 생긴다"는 말처럼 땅위에서도 또 하나의 길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