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고금리 추세가 3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1월에 열린 뉴욕외채협상과 2월 국제통화기금(IMF)이사회 이후 다소
완화되긴 했다.

그래도 여전히 작년에 비해선 2배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IMF는 환율이 달러당 1천3백원으로 안정돼야 금리를
낮추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공동으로 주최한 긴급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IMF의 고금리 정책이 계속되면 연내에 국내 산업기반은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조속한 시일내에 IMF와 거시지표재조정 협상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권고였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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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 ]

<> 차동세
<> 손경식 <제일제당 회장>
<> 윤병철 <하나은행 회장>
<>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
<> 변도은 <한국경제신문 주필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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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기업들은 요즘 기간 금리 규모를 묻지 않고 돈을 빌린다지요.

실제로 어느 정도 심각합니까.

<> 손회장 =4대그룹 빼고는 전부 자금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종금사의 역할이 준데다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추려고 대출에 소극적이기 때문이죠.

여기다 신용이 막혀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해도 지급보증 받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닙니다.

<> 사회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할 때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 손부회장 =수준만 보면 약간 떨어졌지만 여전히 생존을 위협하는
고금리입니다.

작년 12월 연 31.3%까지 솟은 콜금리가 25%대로 낮아졌지요.

40.8%까지 올랐던 기업어음(CP)도 27% 수준까지 내렸습니다.

IMF가 거시경제 합의를 조금 수정한 덕이죠.

기업이 하루에 많게는 2백개 넘게 부도나면서 자금수요가 준 탓도
있습니다.

그래도 작년 평균보다 2배 수준의 금리입니다.

이대로라면 산업기반은 무너질 겁니다.

<> 사회 =금융계에선 금리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요.

<> 윤회장 =금리는 서너차례 파동을 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소위 3월 위기설 때문에 또 오르고 있지요.

자금사정은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이자를 내면서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금도 갚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회사채를 발행해도 인수가 안됩니다.

발행내용도 85%가 운영자금이라고 합니다.

여기다 최근엔 협조융자라는 것이 생겨 특정부문에 자금이 몰리고
있습니다.

<> 차원장 =현재 우리 기업의 부채총계는 7백조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이자가 10%포인트 오르면 70조원의 부담이 늘어납니다.

매달 6조~7조원의 추가자금수요가 생기는 것이죠.

금리는 좀처럼 내리기 어렵게 돼있습니다.

<> 사회 =IMF체제 이전엔 금리가 지금의 절반 수준이었지요.

그때도 기업들은 금리를 내려달라고 줄기차게 요청했었지요.

정말 격세지감이 있습니다.

이런 고금리를 기업들이 어떻게 견딜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 손부회장 =96년 30대그룹의 매출이익률은 0.1%였습니다.

1천원어치 팔아서 1원밖에 못 벌지만 금리부담은 55원이나 됐습니다.

지금은 그때에 비해서 금리가 두배나 됩니다.

상반기내에 금리를 획기적으로 낮추지 못하면 웬만한 대기업도 못견딜
것입니다.

<> 손회장 =IMF체제가 시작된지 석달밖에 안됐는데도 이렇게 어렵습니다.

조금 더 지나면 정말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금리 12%대에도 높은 부채비율 때문에 금융비용부담이 외국 경쟁기업에
비해 지나치게 많았습니다.

만기 돌아오는 것 갚기 바쁘고, 연장할수 있어도 초고금리로 해야 하니
외국기업과 경쟁할수 있다는게 이상한 것이죠.

<> 윤회장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금융비용부담률이 30%가
되면 대부분의 기업이 도산한다고 합니다.

정말 심각합니다.

<> 사회 =이런 고금리를 강요하는 IMF의 논리는 문제가 없는지요.

<> 차원장 =IMF의 고금리논리는 거시적인 측면에서는 일리가 있습니다.

우선 금리가 높으면 총수요가 줄어듭니다.

물가가 안정되고 수입은 줄지요.

대신 수출은 늘어 경상수지가 개선됩니다.

금리가 높으면 외국자본이 몰려옵니다.

금리가 높아야 기업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다각화도 포기하게 되지요.

그러나 IMF는 고금리의 부작용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고금리는 기업의 자금수요를 줄이지 못합니다.

이자부담을 늘려 자금수요는 오히려 늘지요.

한계기업 뿐 아니라 정상적인 기업도 도산하게 됩니다.

외국자본이 들어올수 있겠습니까.

경상수지 흑자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살아남는 수출기업이 없는데 달러를 벌수 있나요.

IMF의 고금리 방침은 철회돼야 합니다.

<> 손부회장 =IMF의 예상과 달리 외자가 안들어오고 구조조정 속도도
빠르지 않은게 실제입니다.

고금리의 부작용도 있지만 국내 은행에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구조조정의 우선 대상은 한계회사인데 은행들이 확실한 회사의 돈부터
회수하다가 죽여버리고 맙니다.

없어질 것은 남고 살아야할 것이 먼저 죽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는 낮아지기 어렵습니다.

<> 사회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은 고금리하에서는 절대로
경쟁력을 키울수 없습니다.

시설투자를 못하는데다 원자재 수입이 제대로 안되니 수출을 할수 없는
것이죠.

내년, 후년을 얘기할게 아닙니다.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산업기반은 완전히 붕괴되고 말 것입니다.

금리를 어떻게 하면 내릴 수 있겠습니까.

<> 차원장 =우선 IMF를 잘 설득해야 합니다.

먼저 현재와 같은 고금리가 계속되면 투자를 억제하는 효과보다는 기업을
무너뜨리는 부작용이 훨씬 크다는 점을 알려줘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환율은 더 올라갈 것이라는 것을 지적해야지요.

앞으로 이런 금리로는 원자재수입이 어렵고 수출이 줄어 경상수지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해야 합니다.

돈을 빌려준 기관이나 나라들이 손해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가르쳐
줘야죠.

<> 윤회장 =환율이 작년보다 2배 정도 올랐고 기업의 부도로 인해
자금수요가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금리가 15% 수준까지는 내려가야
적정하다는 것이 연구소들의 분석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자금의 유동화를 막아야 합니다.

일반인들이 장기저축을 찾아서 고금리 단기상품들을 쫓아가고 있습니다.

이러니 금융기관도 안정적 자금운용이 안됩니다.

정부는 IMF와의 협의하에 통화정책을 신축적으로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부실기업의 정리도 가속화해야 합니다.

사라질 기업을 억지로 살려선 안됩니다.

일부 은행은 올해 대출해줄 돈이 협조융자용으로 벌써 다 집행됐다고
합니다.

협조융자가 과연 살릴만한 기업에 집행되고 있는지 잘 따져봐야 합니다.

<> 사회 =그런 점에서 금융기관들의 자세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 윤회장 =솔직히 금융인들도 확신을 못하고 있습니다.

금융계 인사들이 국가경제를 생각하는 리더십을 가져야 할 것으로 봅니다.

한계기업에 대해서는 자금공여를 줄이고 성장가능한 기업에 대해서는
지원을 늘려 실물경제를 살려내야 합니다.

금융기관도 기업이 있어야 살아남는 것이니까요.

<> 손부회장 =금융시스템이 붕괴된 것도 금리가 높은 원인중 하나입니다.

기업의 구조조정에 앞서 금융산업이 먼저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합니다.

금융시스템을 조기에 복원하지 않으면 자금유동화가 계속될 것입니다.

불안한 예금주들의 이동을 어떻게 막습니까.

금융개혁을 질질 끌면 모두 죽고 말것입니다.

<> 차원장 =금융기관의 구조조정과 기업의 구조조정은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외국돈이 들어오게 하는데는 역시 기업의 구조조정이 중요합니다.

기업을 믿을수 있어야 외국인들도 투자하는 겁니다.

금융기관의 경우는 부실은행과 부실종금사를 하루빨리 정리해야 합니다.

현실적인 제약요인이 있다고 늦추면 문제를 악화시키게 됩니다.

이들 금융기관이 자금의 블랙홀이 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정리를 한 후엔 살아남은 금융기관에 대해 재정 등의 지원을 통해
안정시켜야 합니다.

BIS비율 신경안쓰고 기업에 돈을 댈 수 있도록 해야지요.

<> 손부회장 =재정지원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정리에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걸 국민부담의 전가라고 우려하는 발상은 버려야 합니다.

시장에 맡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시장의 실패는 정부가 커버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부담을 줄일수 있습니다.

<> 손회장 =금융기관과 기업의 구조조정이 중요하긴 합니다만 그걸
완결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립니다.

우리 경제는 지금 신용위기 속에 있습니다.

우리 경제를 믿지 못해 리스크프리미엄으로 고금리가 고착되는 것
아닙니까.

신용위기를 어떻게 빨리 극복하느냐가 가장 시급한 과제이지요.

<> 사회 =기업은 금리를 내리는 것이 사활이 걸려있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은행들은 그렇지 않지요.

고금리가 오히려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요.

금융계가 뭔가를 해줘야 할 것 같은데요.

<> 윤회장 =금융계가 수동적이라는 지적이신데 금융기관만 탓할 수는
없습니다.

엄격히 말하면 기업이 건전해야 금융기관도 있는 것이니까요.

기업을 도와 경제를 살리겠다는 데는 금융권도 생각이 다르지 않습니다.

<> 차원장 =금융기관과 관련해서는 화의제도와 협조융자제도를 조속히
개선해야 합니다.

경쟁력 없는 기업이 자금을 끌어가는 현상이 계속돼선 안됩니다.

예금보장제도도 손질이 불가피합니다.

원리금을 다 보장하는 것은 절대 안됩니다.

고금리를 노리고 부실금융기관에 예금했으니 그만한 리스크는 투자자가
부담해야 하지요.

<> 사회 =어떻게든 금리를 빨리 내려야할 텐데요.

<> 차원장 =환율이 1천3백원대로 낮아지면 금리를 내리겠다는것은
잘못입니다.

오히려 환율을 1천3백원대로 낮추기 위해 금리를 내리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15%대의 금리와 1천3백원대의 환율이 연말에 달성될 수 있도록 동시에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정부와 IMF가 다시 이 문제를 놓고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 윤회장 =자금유동화가 계속되면 고금리상품 경쟁이 치열해질 것입니다.

기업에 대한 대출수요는 그만큼 줄고 기업의 연쇄도산은 불가피합니다.

우리의 실정을 IMF에 정확히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 손회장 =고금리 정책을 계속하면 외자가 많이 들어오고 그래서 환율이
안정될 것이라는 IMF의 분석이 빗나가고 있는 만큼 거시경제정책 수정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 손부회장 =재계는 지난달 열린 IMF이사회에 경제5단체 명의의 금리인하
촉구 탄원서를 보냈습니다.

앞으로도 기업금융 실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금리를 낮출
방안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 사회 =막 출범한 새정부가 무엇보다 먼저 금리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것이 민간경제계의 바람인 것 같습니다.

< 정리=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