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는 IMF구제금융을 계기로 고통과 변화에 당면해있다.

수출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이 큰 변화의 하나다.

90년대 경제정책의 잘못이 여러가지 있지만 수출을 망각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산업의 경쟁력이 계속 약화되어 수출이 잘안되고 무역수지적자가 해마다
커지는 데도 방치했었다.

외채가 쌓이고 외화보유고가 감소하는 데도 한국경제의 묘약은 수출이란
의견을 외면했다.

그런데 IMF지원금융은 수출만이 살 길이라는 당위성을 깨우쳐주었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국가여건을 새삼 거론할것 없이 외화보유고가 바닥난
위기의 한국경제가 회생하려면 투자 생산 소비 등 모든 면에 만연돼있는
거품을 시급히 제거하고 경쟁력을 보강하여 국제수지를 방어해야 한다.

이러한 명제때문에 우리경제는 소비를 늘려 성장할수도 없고,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만들기도 어렵게 됐다.

유일한 성장의 원천은 수출 뿐이다.

수출증대는 실업을 줄이고 외화차입도 그만큼 줄일수 있게 한다.

따라서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지난날의 구호는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절실해졌다.

최근 경제계를 비롯해서 연구기관 학계 언론계 할것 없이 수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런데 수출전망은 불투명하다.

원화환율이 8백원대에서 1천원대로 높아져 가격경쟁력이 회복된 만큼
수출증대가 용이해졌다.

업계의 관심과 열기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수출을 늘릴수 있는 바탕이 취약해 막상 품목별로 수출능력을
따져들어가면 답답하기만 하다.

미국 EU 등 주요 현지시장에서 한국상품의 모습이 사라진지 몇년됐다.

한때 섬유 신발 완구 등 세계시장에서 위력을 떨치던 상품은 간곳이
없고, 자동차 전자 등의 주력상품도 점차 밀려나고 있다.

외국의 전문연구기관들은 "한국의 산업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가까이는
일본과 중국사이에 끼여 점차 시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지인 품질등 상품력, 부가가치율, 생산성면에서는 선진국에 뒤지고
단순가공품은 후발국에 추격당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수출산업의 현상은 해외시장에 그대로 반영되어 고소득의
선진시장에서 밀려나 저소득의 개도국시장으로 몰려가고 있다.

이에 더하여 IMF체제로 수출기반은 더욱 동요하고 있다.

수출거래를 뒷받침하는 금융 외환기능의 신용이 붕괴되어 수주,
원자재확보, 선적후의 대금결제에 이르는 전단계가 위축되고 있다.

제조업의 채산성이 극도로 악화되어 있는데 금리가 경쟁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아 수출기업이 얼마나 더 버틸수 있을지 문제다.

수출을 위한 공장건설 생산 수출 선적에 이르는 복잡한 과정을 경쟁국
보다도 효율적으로 뒷받침해 주었던 총화수출체제도 허물어져 있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IMF의 높은 환율하에서 개도국형의 단순가공품이
되살아나고, 선진국형의 상품이 지향해야 할 품질 기술 생산성 등의
혁신을 소홀히 한채 단기적적응에 급급할 우려가 있다.

수출산업의 체질혁신을 위한 금융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상태가 오래
간다면 산업구조는 더욱 취약해져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수 있다.

따라서 IMF경제위기돌파와 재도약을 위한 수출전략 정비가 시급하고
긴요하다.

첫째로 수출시스템을 다시 구축해야 한다.

무역금융과 국제결제기능의 조속한 정상화, 수출조직의 재편, 수출무드의
체계적확산, 수출지원기능의 활성화 등이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검토개선돼야 한다.

이를 통해 수출업계를 안정시키고 사기를 진작시키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둘째로 원화환율 1천원대의 원저(저)시대의 수출정책기조를 올바로
정립해야 한다.

원저는 수출경쟁력의 약화를 반영하는 것이며 수출경쟁력제고에 득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다.

앞으로 상당기간 원저가 지속될 전망이므로 수출산업정책기능을 강화하여
상품의 품질향상 다양화 차별화 기술개발 생산성향상에 주력케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원저와 고실업은 가족적 소기업,벤처기업의 창업을 활발히 할것이지만
단순가공형의 저부가가치 산업이 많이 생긴다면 국제경쟁력 약화의 또다른
부실을 불러오게 된다.

미리 예방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산업의 구조조정, 업종별 전문화, 기술개발, 산업및 경영의 정보화,
기업간 전략적제휴등 산업정책을 전면 정비해야 한다.

셋째로 수출시장개척과 통상기능을 종합화하여 지속적인 수출거래선을
확보해야 한다.

민관일체의 국가적 세일즈기능이 과거에 비해 크게 약화되어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기업의 고객확보, 외국인에 대한 서비스를
적극화할수 있게끔 도와주고 지역별 수출전략을 강화하는 것이 긴요하다.

넷째 수출입구조의 고도화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지역별로 수출입의 편중 불균형이 심하다.

이런 현상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그 자체가 수출의 증대를 제약한다.

따라서 국가별로 수출입품목을 정밀분석해 가능한한 균형화시켜 수출입을
함께 적절히 신장하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추진해야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