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의 위축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지난 1월 한달동안 79개업체가 도산한 통계만으로도 IMF한파의 심도는
짐작할 만하다.

더구나 지난해 12월 72개업체가 도산한 것까지 감안하면 두달동안에 무려
1백50여업체가 문을 닫은 셈이다.

특히 주택건설업계는 신규분양의 저조는 물론 기존 주택청약자들의
중도해약마저 급증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한다.

여기에 지난해 사상최고를 기록했던 해외건설수주가 올들어 급격히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업계의 걱정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주력시장이었던 동남아의 경제붕괴로 어쩔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야말로 내우외환이 겹치고 있다 해야 할 것이다.

모든 산업의 경기가 전반적으로 극도의 불황을 맞고있는 상황에서
건설경기도 예외일 수는 없다고 생각되지만, 그러나 건설경기위축은 좀더
다른 차원에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IMF와의 합의에 의해 경제운영의 긴축기조를 유지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건설산업은 국민총생산(GNP)의 15%를 차지하고 있고 고용인원도
전체의 9%에 달하는 국가경제의 중추분야란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

제한된 범위에서라도 일자리를 창출해내고 경기를 부추기자면 건설경기
부양이 시급하다.

특히 건설산업은 수입수요유발이 적은데다 성장잠재력을 보강하는
투자활동이라는 점에서 그럴 필요성은 크다 할 것이다.

물론 정부에서도 이를 위해 이미 아파트분양가를 자율화하고 1가구
2주택의 양도세감면기간을 늘려주는 등의 조치를 단행한바 있다.

또 현재 5가구이상으로 돼있는 임대사업자 요건을 2가구로 대폭
완화해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좀더 과감한
지원대책이 강구돼야 할 상황이다.

건설업계가 제시하는 대책의 첫번째는 자금난완화다.

어느 업종 어느 기업을 막론하고 공통적인 애로이고 시원한 대책은 없다.

다만 건설업계가 요구하는 정부공사 선급금제도활성화와 지급절차간소화
등은 추가적인 재원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용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 긴축재정이 불가피하다고는 하지만 사회간접시설의 건설은 최대한
이뤄지도록하고 이들 사업도 조기집행을 통해 경기침체의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업계의 요구중 극히 타당성이 있어보이는 것은 건설관련 각종
규제철폐와 인허가절차의 간소화다.

정부규제가 가장 심한 분야가 건설산업이다.

특히 적법한 절차를 거치면서도 필요이상 늑장처리하는 경우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수 없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실업사태를 감안해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이미
확정된 사업을 조기집행하고 대금지급과 인허가절차 등을 개선함으로써
불황의 강도를 다소라도 완화할 최소한의 배려와 지원대책을 조속히 강구
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