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욱 < 숭실대 명예교수 >

역사란 무엇이냐.

도전과 응전의 긴장된 역학이다.

도전이란 무엇이냐.

역사가 우리에게 부과하는 피할 수 없는 어려운 숙제다.

응전이란 무엇이냐.

역사의 숙제를 풀기 위한 인간의 진지한 자주적 노력이다.

IMF 한파는 지금 우리가 당면한 역사의 최대 난제다.

한국인의 명예와 용기를 걸고 우리는 역사의 도전에 지혜롭고 과감하게
응전해야 한다.

미국의 유명한 국책연구소가 둘 있다.

하나는 민주당의 진보주의 노선을 걷는 브루킹스 연구소요, 다른 하나는
공화당의 보수노선을 지지하는 헤리티지 재단이다.

헤리티지 재단의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65년에서 95년까지 30년 동안
IMF의 금융지원을 받은 나라가 무려 1백37개 국가에 이른다.

그중에서 실패한 나라가 81개국이요, 성공한 나라가 56개국이다.

세계를 1백년동안 주도해온 유럽의 일류국가인 영국도 70년대에 IMF금융
지원을 받았다.

극심한 영국병에 걸린 탄광노조가 거의 1년동안 파업을 계속했다.

미국의 프리드먼 교수는 "영국은 이제 희망이 없는 나라로 전락했다"라고
말했다.

영국은 유럽의 비참한 병신국가가 되었었다.

영국의 이 난국을 철의 여인 대처총리가 지혜와 신념과 끈기로 해결하여
영국을 다시 소생시켰다.

국가신용도를 조사하는 "유러머니"의 최근 발표에 의하면 영국은 지금
세계 제5위의 신용도를 자랑하는 나라로 부상하여 평화와 번영의 탄탄대로를
힘차게 달리고 있다.

왜 우리가 IMF의 난국을 맞게 되었는가.

정계 재계 관계 국민 모든 계층이 자기의 분수를 망각하고 부패와 방만과
과소비에 빠져 부허한 생할을 몇햇동안 지속해온 결과 오늘과 같은 어려운
곤경에 빠진 것이다.

우리는 엄청난 빚더미 위에서 춤을 추고, 비싼 양주를 마시고, 물자를
낭비하고, 여행을 즐기면서 허황하게 살았었다.

구약성서에 의하면 옛날 소돔과 고모라성의 시민들은 사치와 허영과
음탕과 향락에 빠졌었다.

하나님은 의인 10명만 있으면 구원해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소돔과 고모라에는 의인 10명이 없었기 때문에, 신의 준엄한
심판을 받고 영원히 멸망하고 말았다.

그동안 우리는 잘살기운동에 심취하여 불성실과 무책임속에서 방만하고
부허하게 살았었다.

우리는 바로 사는 것을 망각하였었다.

바로 살아야 잘 살 수 있다.

바로 살지 않고는 절대로 잘 살 수 없다.

부패사회가 잘 사는 것을 보았는가.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외쳤다.

"사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바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

부허하게 사는 한국 사람들에게 일대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 역사의 신이
IMF라는 세계의 강력한 기관을 이 땅에 보내 우리에게 새로운 각성을 촉구
하고 있다.

나는 IMF의 난국을 이런 각도에서 해석하고 싶다.

한문에 "화복자초"란 말이 있다.

인간의 화와 복, 행복과 불행은 남이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스스로 불러들이는 것이다.

거짓과 태만과 방탕의 생활을 하면 반드시 불행의 여신이 우리를 찾아올
것이요, 진실과 근면과 협동의 생활을 하면 행복의 여신이 반드시 우리의
문을 노크할 것이다.

이 세상에는 인과업보의 준엄한 철칙이 지배하고 있다.

바르게 살고 열심히 살면 행복이 찾아온다.

거짓되고 허망한 생활을 하면 언제나 불행이 찾아온다.

우리는 이 엄연한 진리를 믿고 성실하게 살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

어떤 정신자세로 이 어려운 경제난국에 도전해야 하느냐.

나는 3대 덕목을 강조한다.

첫째로 모든 일을 정도와 순리와 원칙대로 해야 한다.

역리와 비리와 반칙대로 하면 반드시 패망하고 파멸한다.

공명정대한 정신을 가지고 바른 길을 바르게 가는 투명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길이요, IMF 난국에서 빨리 벗어나는 길이다.

둘째는 근검절약의 덕목을 강조한다.

저마다 자기의 분수를 알고, 분수를 지키고,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

사치는 망국의 길이요, 나태는 파멸의 길이요, 거짓은 몰락의 길이다.

6.25의 잿더미에서 시작하여 세계11위의 경제규모를 창출한 우리의 놀라운
저력을 다시 한번 발동하자.

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확고부동한 자신감이다.

하면 된다, 할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을 갖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간절한 목표는 반드시 이루어진다.

신념은 힘의 원천이요, 승리의 어머니다.

필승에는 투철한 정신무장이 가장 중요하다.

공명정대의 모자를 쓰고, 근검절약의 허리띠를 매고, 신념의 신발을 신고
역사의 난국에 힘차게 도전하자.

그리하면 멀지않아 자유와 번영과 평화의 꽃이 아름답게 피는 푸른 사회가
다시 열릴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