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선 <한국산업표준원 연구부장>

첨단분야의 기업전략에 있어 "표준"의 중요성은 점점 더해가고 있다.

오죽하면 "국제 표준화 전쟁"이니 "세계 대 표준시대"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세계 각국들은 그 중요성을 심각하게 깨닫고 있으며, 국제 표준화
활동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위원회는 국제공동연구 개발제도를 활용하여 유럽가맹국으로
부터 자금지원을 받아 정보통신분야 등의 중요한 산업분야에서 공동연구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신속하게 유럽표준으로 연계시킴과 동시에
국제표준으로 제정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유럽의 연합체제는 휴대전화의 경우 GSM(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s)이라는 유럽규격을 전세계 1백10개국 이상에서 사용케
함으로써 미국 일본에서 추진하던 규격들을 제치고 사실상 세계표준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런 사실상의 표준(defacto standard)은 기업간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시장에서 결정되는 규격을 의미하고 있는데, 기업의 마케팅 능력이 맞물려
공식적인 규격보다 더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이처럼 이용자들로부터 인정받게
되면 이 규격을 만든 업체는 거액의 로열티 수입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제는 제품들이 단품의 형태에서 네트워크 형태로 되어 제품간의
인터페이스가 중요해졌는데, 특히 최근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정보처리 통신
방송분야에서 소프트웨어나 서비스의 연계가 이루어져 인터넷 TV와 같은
첨단제품도 등장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세계경제의 동향에 따른 국제표준의 흐름에 있어 다음
몇 가지 환경변화에 대처하지 않으면 안된다.

첫째는 표준의 세계적 통일화다.

우루과이 라운드에서 "표준"은 무역장벽으로 하지 않기로 하며, WTO/TBT
(무역에 관한 기술장벽)협정에서는 가맹국은 자국의 표준들을 ISO 또는
IEC(국제전기표준회의)등의 국제규격에 원칙적으로 맞추는 것에 합의하였다.

따라서 국제표준은 곧 우리의 표준이 되며 국제표준이 우리기업이나
국민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되었으므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

둘째는 "표준"의 의미및 성격에 대한 변화이다.

예전의 "표준"이란 개별제품의 구조 성능 재질 시험방법 등을 정한
것이었으나 최근에 ISO 9000시리즈와 같은 "품질관리"라든지, ISO
14000시리즈와 같은 "환경관리"와 같은 표준은 기업의 관리시스템 성격을
띠고 있다.

이외에도 "노동 안전" "위생에 관한 표준" 등이 국제표준화 기구에서
차후 제정될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하니 이에 대한 대비도 있어야
하겠다.

셋째는 활발해지고 있는 상호승인의 움직임이다.

유럽은 지역내 각국간의 상호승인을 실현시켰고, 나아가 미국 캐나다 호주
등과 상호승인협정(MRA:Mutual Recognition Agreement)의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이것은 예를 들면 미국의 검사기관에서 미국제 전기제품이 프랑스의
안전기준에 적합하다고 인정되면 이 전기제품이 프랑스에 수출되었을
때 다시 검사받는 일이 없는 프랑스 내에서 자유롭게 판매케 하는 제도로
중복검사 방지로 유통을 신속 간편하게 하자는 것이다.

세계 제일의 품질관리 수준을 뽐내왔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 전수까지
하였던 일본이 그들의 품질관리 규격이 국제 입찰시에 영국의 품질관리
규격을 따르지 않을수 없다는 사실은 아무리 그 관리수준이 우수하더라도
국제사회를 이해하며 국제적인 지지와 협조를 구하는 끊임없는 노력이 없이는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

국제표준화기구(ISO IEC)에서의 활동은 이래서 중요하며 또한 이 기구에서
얼마나 많은 간사국을 맡고 있느냐가 국제표준화 활동정도의 척도가 되고
있는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각종 기술위원회와 소위원회에서 미국
1백56개, 영국 1백39개, 프랑스 1백17개, 일본 35개임에 반해 현재 단 1개의
간사국을 맡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국제규격 국제표준의 중요성이 현격히 증대되어 우리의 산업경쟁력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우선 표준화체제를 재정비하여 기관및
부서별로 효율적으로 ISO IEC에 전략적으로 대응할수 있는 협동체제를
구축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한 정부및 기업들의 표준화에 대한 인식제고를 말하고 싶다.

표준화는 산업기반 구축이며 단기적인 이익을 창출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표준화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국내산업의 산업기반구축을
위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