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권의 출범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러나 우리가 처한 현실은 축하인사를 길게 주고받을 만큼 여유롭지
않다.

국가부도의 위기는 지속되고 있고 기업의 도산과 실직이 사태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명실상부한 첫 정권교체이니만큼 기대와 희망이 크나 그에 못지 않게
가정 기업 관계 등 도처에 불안의 그림자도 짙게 드리워져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이후 행보를 보면 부분적으로 혼선이 일고 무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국가 부도사태를 막기 위한 치열한 노력과 그 결과에
대해 높은 점수를 줄수 있을 것이다.

이제 명실상부한 국정운영의 권한과 책임을 갖게 된 새정권에 경제와
관련하여 몇가지 부탁을 하고자 한다.

첫째 경중과 완급을 잘 판단해 일을 해주었으면 한다.

우리의 당면과제는 외환위기 국가부도위기를 벗어나는 일이다.

뉴욕 외채협상에서 일부 단기외채를 중장기채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고는
하나 이는 단지 시간을 번 것에 불과하다.

만기도래하는 원금의 상환이 아니더라도 매년 이자로 지불해야 할
금액만도 1백50억달러에 달한다.

외채의 만기연장은 물론 외국 투자가들이 몰려오도록 외국인의 신뢰를
획득해야 한다.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고 금리를 내려 기업의 연쇄부도를 막아야 한다.

또한 수출증대를 통해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즉 "외환및 자금시장 안정대책" "수출촉진대책"이 긴박한 과제다.

아울러 10%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물가안정 대책"과 1백30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실업자 대책"도 결코 소홀히 할수 없는 과제다.

둘째 개혁과 관련해 너무 많은 일을 단시간에 성공시키려 욕심부리지
말았으면 한다.

지금단계에서의 개혁은 앞에 언급한 4대 현안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지 개혁 그 자체가 목표일수 없다.

외국인의 신뢰회복과 우리경제의 경쟁력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개혁과제는 네개다.

금융개혁 정부개혁 기업개혁 노동개혁이 그것이다.

금융기관에 자율경영 책임경영을 확보해주는 대신 건전성 감독을
강화함으로써 금융의 자금중개기능과 심사기능을 살려야 한다.

정부개혁은 저비용-고효율의 정치, 정부기능과 조직의 재편, 규제혁파에
초점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

기업개혁과 관련해서는 기업경영의 투명성확보, 재무구조 개선,
사업구조조정, 지배구조조정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노동개혁은 정리해고제가 법제화되었으므로 이를 잘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실패하면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를 우리는
지난 5년동안 잘 보아왔다.

과거를 거울삼아 반드시 성공하는 개혁을 해내야 한다.

셋째 개혁과 정책집행은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김대통령은 시장원리에 입각한 경제운영을 수없이 강조하였다.

시장원리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경제적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것을
의미한다.

새정권의 경제정책은 가능한한 경쟁제한 요소를 철폐하고 경쟁의 공정성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추리라 믿는다.

실체도 분명치 않은 국민정서나 국민여론을 등에 업고 등장하는 반시장적
경제정책은 절대 피해야 한다.

지난 두달동안 돌출한 협조융자나 대출금 상환연기, 국민을 감동시킬수
있는 대기업총수의 사재출연이나 "빅딜"과 같은 사업구조조정 요구, 가장
부실한 은행에 며칠만에 사업구조조정을 포함한 대기업의 재무구조개선계획을
제출하라는 요구 등은 문제가 많다.

이러한 조치들은 법치주의와 자유시장경제질서의 기본을 흔들 소지가
다분하다.

원칙에 입각한 제도를 통한 개혁, 최소한의 적응기간을 확보해주는 개혁,
실현가능성이 있는 개혁이어야 기업도 살고 국가경제도 살수 있다.

경제운영이 시장원리에서 벗어날수록 우리 경제는 망가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넷째 제도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의식개혁이 병행되어야 한다.

제도개혁 없는 의식개혁은 무력하지만 의식개혁 없는 제도개혁은
공허하게 마련이다.

단기간에 성과를 낼수는 없겠지만 부정부패의 척결, 법치의 확립, 우리가
선택한 원칙과 상식을 지키고 신용 정직 근면 절약을 중히 여기는 시민윤리의
확립,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높이기 위한 의식개혁
운동이 병행되어야 한다.

"준비된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 "위대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대통령을 위시한 집권층의 역할이 중요하다.

명쾌하고 확고한 비전과 개혁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이를 이루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가져야 한다.

나라를 구하겠다는 희생정신으로 무장하고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국난을 극복할수 있을
것이다.

성공한 대통령을 갖지 못할 경우 우리경제는 뒤로 한참 후퇴하거나
비참한 나락으로 굴러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명심하여 경제위기
극복에 힘을 합쳐야 할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6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