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처럼 새로 출발하는 김대중 정부는 출범에
앞서 이미 정부조직 개편 작업을 마무리 지었다.

정부조직개편 작업을 주도해온 정부조직개편심의위원회는 조직개편의
원칙으로 <>비대화 경직화된 기구와 인력 감량 <>불요불급한 규제기능
대폭축소 <>국가경쟁력과 삶의 질 향상 <>중앙정부기능의 지방 및 민간이양
<>책임경영행정기관제도 도입 등을 내세운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모토하에 추진된 정부조직 개편작업의 결과는 결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3년동안 공무원의 10.9%인 1만7천6백12명을 줄이겠다는 신정부의
인력감축 계획은 예정대로만 추진될 경우 "작은 정부, 예산 절감" 달성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대화된 기구정비, 중앙정부기능의 지방이양등 그 이외에 내세운
목표는 거의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미 알려진대로 국회에서 여야간 벌어진 정치적 흥정의 와중에서 없앨
계획이던 해양수산부가 되살아나기도 하고 예산기능은 청와대와 재경부
두갈래로 갈라져 버렸다.

조직개편 전에 비해 일부 부처의 기능이 다른 부처로 옮겨가고 소관
부처가 바뀌는등 부분적으로 기능이 조정되기는 했지만 정부 전체로
볼때는 조직면에서 큰 변동을 찾아볼수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이렇게 "어설프게" 끝나버린 정부조직 개편작업으로
부처간 정책조정이 더욱 어렵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정책의 사령탑이 없어졌다는 점이다.

경제부총리가 폐지돼 경제정책을 논의하는 중심점이 없어진데다
기획예산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외교통상부등 경제관련 조직은 늘어났다.

게다가 청와대 경제수석도 차관급으로 강등돼 적극적으로 조정역할을
맡는데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결국 새 정부의 경제정책 조정은 국무총리실 산하의 국무조정실과
대통령 직속의 기획예산위원회, 경제수석, 경제장관회의 등 4각 구도를
형성하게 됐으나 어느 부처도 책임있는 조정자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됐다.

부처간 불협화음이 예상되는 것도 그래서이다.

과거 경제기획원과 재무부 시절 문제가 됐던 부처간 불협화음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분야별 경제정책 집행에도 문제점은 있다.

우선 예산정책의 경우 기획예산위원회가 예산편성과 기획, 행정개혁
등을 담당하고 재경부 산하 예산청이 집행및 감독을 맡도록돼 있다.

그러나 예산기능중 기획과 집행을 엄격히 구분하기가 어려운데다 각
부처는 두 기관을 상대로 예산협의를 해야하는등 어려움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예산편성을 둘러싼 부처간 갈등이나 정당간 이견도 어느 기관이 주체가
되어 조정해야하는지 역시 불투명하며 기획예산위원회와 예산청간 갈등도
배제할 수없다.

대외통상교섭 기능에도 난맥상이 예상된다.

통상교섭 기능이 여러부처에 흩어져 있는 문제점을 해소한다고
외교통상부를 출범시켰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역시 미비점이 발견된다.

외교통상부는 교섭권은 있지만 타 경제부처 지휘권이 없는데다 국내
산업과 기술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 교섭기술상 문제점을 낳을수도 있다.

따라서 교섭과 관련된 산업정책의 국내 조정 기능이 없는 외교통상부가
시시콜콜 관련 부처와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일부에서 교섭기준안은 주관부처에 맡기고 외교통상부는 이를 토대로
교섭에 임해야한다는 견해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같은 부처간 조정과 집행상의 문제는 여느 때보다도 경제정책의
통일성과 일관성이 요구되는 소위 "IMF"시대에 자칫 행정공백과 비능률을
가져올수 있다는 점에서 신정부가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는 지적이
많다.

< 김선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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