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DJ) 대통령은 당선이후 "내각제"란 단어를 거의 쓰지 않는다.

당선직후 당선축하모임 등에서 한두차례 "내각제개헌"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국민회의 당직자들도 김대통령과 약속이나 한 듯 내각제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

그래서 자민련과 김종필(JP) 명예총재는 김대통령이 약속을 잊어버릴까봐
걱정스럽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3당합당때 내각제개헌을 약속했다가 저버린
일을 아프게 기억하고 있는 JP의 심정은 더 복잡하다.

약속을 하루가 멀다하고 상기시키며 다짐을 받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알아서 지켜 주기만을 기다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일부 당직자들은 아예 약속이 지켜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

"DJ도 YS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집권 1년간 챙길 수 있는 몫은 다 챙겨야 한다"

그렇지만 김대통령이 이 약속을 위반할 것 같은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내각제로 가는 징검다리인 "JP총리" 인준에 매달리는 김대통령측의
움직임이 좋은 예다.

국민회의 박상천 총무는 야당의원들에게 1대1로 전담맨을 붙여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

JP가 지난 대선때 찬바람을 가르며 DJ대통령을 만들기위해 뛰었듯이
이제는 DJ가 거대야당 벽을 두드리며 JP를 위해 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벽은 벽이다.

김대통령측 사람들은 판을 새로 짜고 싶은 유혹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이들이 요즘 사석에서 "국회를 해산하고 다시 총선을 했으면 좋겠다"
"역대정권이 왜 그토록 무리수를 써가며 원내과반수를 확보하려고 했는지
알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은 새정부에서 정치권의 지각변동이 현실화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그런 벽은 국민회의와 자민련, DJ와 JP사이에도 있다.

보수대 진보, 산업화세력 대 민주화 등으로 대별되는 양측간 대결구도는
언제든지 불협화음 긴장 갈등 파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리 색깔 돈 명분 등은 이 경우 촉매제가 될 것이다.

물론 양측은 이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여러단계의 협의채널이 가동될 전망이다.


<> DJT회동 = 새 정부는 DJT연합에 의해 탄생했다.

따라서 김대통령과 김명예총재, 박태준 총재가 참석하는 3자회동은
대선직후 주례회동형식으로 열리기 시작해 사실상 공동정권내 최상위
의사결정협의체로 자리매김했다.

새정부에서는 여기에 국민회의의 당대표를 추가하는 4자회동형식도
새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DJT회동의 핵심안건은 인사 공천 내각제개헌 주요정책현안에 대한
입장조율등이다.


<> 공동정부운영협의회 = 취임전 가동된 "8인협의회"의 후신으로 설치될
예정이다.

8인협의회에는 조세형 총재권한대행과 자민련 김복동 수석부총재, 양당
3역이 참여했다.

양당은 대선전 후보단일화 협상을 통해 공동정부 출범과 함께 양당의
정책 조정, 기타 양당의 공조에 필요한 사항을 협의하기 위해 국무총리를
의장으로 하고 양당 동수대표로 구성되는 "공동정부운영협의회"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이 협의회는 국민회의 자민련 정부가 참여하는 "당정회의"기능을
수행할 듯 하다.


<> 합동의총 =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지난 96년 4.11총선뒤 원내외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힘을 한데 모아 여당에 대항했다.

이같은 제휴는 대선을 거쳐 연정의 단계로 발전했다.

합동의총은 이런 양당관계에서 하부의사를 결집하고 실행에 옮기는
회의체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원내전략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짐에 따라
중요사안이 있을때마다 양당원내총무 주도로 합동의총이 열릴 전망이다.


<> 각종 임시기구 = 김대통령은 필요할 경우 위원회를 설치, 사안을
처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당선이후 지금까지 비상경제대책위 정부조직개편심의위 노사정위
정치구조개혁위같은 수개의 비상설 위원회를 만들어 가동했다.

양당간 정규협의기구로는 해결이 어려운 특별사안에 대해서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 허귀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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